조지 테닛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6일 열린 연방 상원의 비공개 청문회에서 한 백악관 관리의 실명을 거명하며 “그 관리가 대통령의 1월 국정 연설에 이라크의 우라늄 구입 정보를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CBS 방송은 청문회에 참석한 민주당 정보위원회 소속 딕 더빈 의원이 이같이 밝혔지만 관리의 실명은 비밀에 부쳤다고 17일 전했다. 더빈 의원은 “대통령이 나서 그 관리를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온라인 뉴스인 ‘머큐리 뉴스’는 이 백악관 관리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로버트 조지프 자문역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보도했다.
이라크의 우라늄 구입 정보가 이미 허위로 밝혀진 가운데 나온 테닛 국장의 이 같은 증언은 이라크에 대한 개전 명분이 미약하자 백악관이 근거가 희박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민을 오도하려 들었다는 비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국정 연설 대목은 “영국 정부는 사담 후세인이 최근 아프리카로부터 상당량의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것. 이는 ‘후세인이 니제르로부터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는 정보를 말하는 것으로 CIA는 이미 지난해 이 정보가 근거가 약해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백악관측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테닛 국장은 이날 “(국정 연설문을 최종 검토해야 하는 책임자 중 한 사람으로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정보가 연설문에 포함돼 있다는 말을 검토담당 CIA 직원들로부터 사전에 듣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더빈 의원의 발언에 대해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얘기”라며 “이라크에 대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응 방안을 지지하지 않는 데서 나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