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최은창 교수는 다른 의료진과의 역할을 훌륭하게 조율해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에 비유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1년 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익명의 기부금 1억원이 들어왔다. 새 병동의 신축 공사비에 보태 쓰라고 온라인으로 보낸 것이었다.
병원측은 백방으로 수소문해 마침내 기증자를 찾아냈다. 주인공은 한 기업의 이모 회장(62). 그는 2000년 말 이 병원에서 편도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다.
이 회장은 “다른 병원에서 진행된 암이라고 진단받았는데 이렇게 잘 치료될 줄 몰랐다”면서 “담당 의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는데 이왕이면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때의 담당 의사가 이비인후과 최은창 교수(47)다. 최 교수는 “이 회장의 칭찬과 기부도, 이번에 동료 의사들이 베스트 닥터로 추천해 준 것도 고맙지만 사실 동료 의료진의 도움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겸손해 했다.
―최 교수는 신경과 혈관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출혈이 생기면 치료가 힘든 ‘경부 림프절 무혈(無血) 절제술’의 최고 대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주위 의료진에 모든 공을 돌리나.
“사실이 그렇다. 두경부 종양은 점막, 피부, 침샘, 신경, 근육, 뼈, 갑상샘 등 다양한 조직에서 발생하는 암을 통칭하는 것이다. 우선 병리과, 방사선과 의사의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또 두경부 종양은 치료 뒤 말하고 숨쉬는 등의 기능을 복원해야 하므로 성형외과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성형외과 의사는 팔뚝의 혈관을 떼어내 목 안의 혈관에 연결하는 등 인체의 다른 부위에서 조직을 떼어내 이식하는 ‘유리피판술’ 등의 시술을 하는데 몇 mm만 잘못돼도 기능이 회복되지 못한다. 또 구강악안면외과팀, 방사선종양학과 의사들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주위의 한 의사는 “최 교수가 두경부 질환 치료에서 여러 의료진의 역할을 훌륭하게 조율하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에 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최 교수가 실제 음악에 상당히 조예가 있다는 사실. 그는 대학시절부터 플루트를 불었으며 현재 연세대 의대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세브란스 오케스트라’의 지도 교수다. 매년 한두 차례 제자들과 부부 동반으로 뮤지컬 구경을 가는 음악 애호가이다.
―이비인후과에서 치료하는 두경부 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나.
“머리끝에서 목까지 내부 질환 중 뇌와 눈, 코, 귀에 있는 것을 빼고는 다 치료한다. 매년 200명의 암 환자를 수술하는데 큰 차이는 없지만 후두암, 구강암, 인두암 순으로 많다. 양성종양, 편도샘 수술까지 합치면 500여명을 수술한다.”
―두경부 종양은 치료가 힘들다고 알려져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이 분야의 암은 세부적으로 30여 가지가 있으며 종류마다 다르지만 요즘에는 생명 연장 뿐 아니라 기능의 회복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절반 정도는 기능을 되찾으면서 완치되며, 30% 정도는 생명은 유지하지만 제대로 먹는 것과 말하는 것 중 하나는 선택해야 한다. 나머지 20%는 목 전체를 들어내거나 치료가 불가능하다. 특히 후두암은 조기 발견하면 80% 완치되며 이 중 성대에 생기는 성문암은 1기 95%, 2기 85% 이상 완치된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두경부 종양의 조기 증세에는 어떤 것이 있나.
“암마다 다르다. 성문암은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진행되므로 조기진단이 비교적 쉽다. 성대 윗부분에 생기는 성문 상부암은 별 증세가 없다가 암 세포가 림프샘에 번진 3기 이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목에 이물감이 있든지 침을 삼킬 때 아프든지, 혹이 만져질 경우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식도와 후두가 갈라지는 곳에 생기는 인두암은 원체 초기 증세가 다양하다. 구강암은 주로 흰 자국이나 궤양이 나타난다. 이 밖에 가래에 피가 섞일 경우, 갑자기 코피가 잦을 때 등도 의심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40세 이상의 흡연자는 1년에 한 번 정도 코를 통해 내시경을 넣어 입안과 목을 검사하는 굴곡 내시경을 받는 것이 좋다. 겁을 먹는 사람이 있지만 통증이 거의 없으며 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두경부 종양을 예방하려면….
“두경부암의 90% 이상은 점막에 생기는 편평세포암이며 주로 외부 자극 때문에 생긴다. 담배는 후두암뿐 아니라 대부분의 두경부암의 주원인이므로 무조건 끊어야 한다. 과음도 삼가는 것이 좋다. 구강 안의 만성 염증도 암의 원인이 되므로 염증은 조기에 치료받도록 한다. 또 맞지 않는 틀니 등 부적절한 보철장치도 암의 원인이 되므로 보철장치는 치과에서 정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어떻게 뽑았나▼
인후 두경부 질환 분야의 베스트 닥터로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최은창 교수가 선정됐다.
이는 전국 17개 대학병원의 이비인후과 교수 58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인후 두경부 질환이 있을 때 진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최 교수는 2001년 본보의 베스트 중견의사 시리즈에서도 이 분야 1위로 선정됐다.
2000년 베스트 닥터의 건강학에서 이 분야 1위를 차지한 당시 고려대 안산병원 최종욱 원장은 개원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인후 두경부 질환 명의 프로필▼
▽김광현(56)=후두암에 대한 전국적 역학조사를 실시해 후두암의 발생 및 치료 현황을 파악했다. 레이저, 내시경, 현미경 등을 이용한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했다. 1987년부터 서울대병원에 두경부 종양 특수클리닉을 운영하면서 1000여명의 환자를 수술했다. 국제두경부종양학회의 한국 대표를 맡고 있다. 2010년 세계두경부종양학회를 국내에 유치했으며 이 학회 회장으로 내정돼 있다.
▽김민식(47)=후두암 및 두경부 재건술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1993년 후두암이 진행된 환자의 후두 기능을 보존하는 특수한 수술을 국내 최초로 시행하는 등 기능을 보존하는 후두암 수술에 대한 치료 결과를 계속 발표하고 있다. 또 이비인후과 치료와 머리 손상 부위 재건술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 현재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학술이사, 대한두경부외과 연구회 연구이사 등을 맡고 있다.
▽최종욱(55)=후두암 치료뿐 아니라 성대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의 음성을 다시 찾아주는 음성 재활 분야의 권위자. 1984년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 시절 자비를 들여 ‘음성재활교실’을 열었다. 2000년 본보가 연재한 ‘베스트 닥터의 건강학’에서 인후 두경부 질환 분야 최고 명의로 선정됐다. 지난해 10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국내 최초의 목 질환 전문병원 ‘관악두리이비인후과’를 개원했다.
▽홍기환(47)=환자의 음성을 효과적으로 교정할 수 있는 ‘APM 갑상연골성형술’, 외부에 전혀 상처를 내지 않고 침샘의 각종 질환을 수술하는 침샘 수술법 등 독창적인 치료법을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말할 때 후두의 역동적 움직임에 대한 연구 논문을 세계적 학술지 ‘음성 저널’에 발표했으며 이 분야의 연구로 한국음성과학회의 ‘2002년 학술상 및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노영수(48)=미국 밴더빌트대, 홍콩대 퀸 메리병원에서 두경부 악성 종양에 대해 연수했고 방사선 종양학과 등과 협진하는 ‘두경부암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진행된 구강암과 인두암의 치료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성형외과와 합동 수술 성공률도 뛰어나다. 현재 대한두경부종양학회 이사, 대한기관식도과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두경부 분야 전문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정광윤(45)=발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미국 연수 때 6개월간 성악 레슨을 받은 열성파. 관악두리이비인후과의 최종욱 원장과 함께 국내 최초로 후두암으로 인해 성대를 제거한 환자들의 모임인 성우회(聲友會)를 탄생시켰다. 국내 최초로 ‘두경부종양의 최신치료’ 갑상선암 등에 대한 워크숍을 시작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갑상샘 암에 대한 워크숍도 국내 처음으로 시작했다.
▽최홍식(49)=음성장애의 새 진단법과 치료기법 개발에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 1995년 난치병인 경련성 발성장애에 대한 보톡스 주입 치료, 신경이식술을 도입했고 500명의 환자가 등록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경련성 발성장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후두 적출 수술을 받은 사람의 음성재활을 위해 다양한 인공후두 장치를 개발했다. 음성언어의학연구소, 음성전문인 특수클리닉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용식(45)=두경부 종양과 갑상샘암의 치료에서 레이저,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적절히 병용해 치료하고 있다. 1996년 국내 처음으로 하인두암이 진행된 환자를 레이저 수술로 고쳤으며 이 분야의 최다 치료 경험을 자랑한다. 항암제 치료 후 레이저를 쏘는 수술로 환자 치료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전에는 일반외과에서만 수술한다고 여겨졌던 갑상샘암도 활발히 수술하고 있다.
▽김상윤(46)=매년 500명 이상의 수술을 집도하며 그중에서 150명 이상의 후두암, 구강암 환자를 수술한다. 미시간 의대에서는 두경부암의 치료와 예방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으며 수술 뿐 아니라 암의 조기 진단, 재발 방지를 위한 약 개발 등 연구에도 열심이다. ‘환자 입장’에서 진료하며 무리한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진료원칙을 고수한다. 흡연 환자에게는 금연을 강권하는 ‘금연주의자’이다.
▽안회영(56)=두경부 질환의 권위자로 레이저 수술의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후두질환의 미세수술과 음성장애의 치료에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 구루메대, 미국 마운트시나이대, 슬론 캐터링 암센터 등에서 연수했다. 대한기관식도과학회 회장을 거쳐 대한레이저의학회와 동아시아음성의과학회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차기 회장으로 내정돼 있다.
▽백정환(45)=매주 20∼30명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두경부 종양 환자 협진 회의’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치료방침을 결정하고 있다. 매년 전국의 전문의와 수련의를 대상으로 ‘두경부 외과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조직 공학을 이용한 장기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6월 미국 아이오와 의대의 ‘제 36차 두경부 종양 및 재건술 코스’에서 국내 최초로 초청강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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