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국 경제를 뒤흔들었던 물류대란의 원인으로 운송업계의 다단계 하청구조를 꼽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일부 운송업체에서는 외부의 개인 사업자가 맡아 운영하는 차량의 비율이 90%가 넘었다고 한다.
UPS나 페덱스 같은 세계적인 운송업체들이 화물 운송을 대부분 자체 차량으로 처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부 차량을 쓰면 비용을 줄일 수는 있지만 차량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지고 그만큼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아웃소싱은 기업의 특정한 업무를 외부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운송업계의 다단계 하청 역시 일종의 아웃소싱으로 볼 수 있다.
아웃소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 가운데 아웃소싱의 위험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기업은 드물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제조업체의 70.7%가 아웃소싱 업체의 파업에 대해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응답했다.
▽아웃소싱의 역사=아웃소싱의 유래는 로마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국에서 세금을 효과적으로 걷기 위해 민간인을 세리(稅吏)로 쓴 것이다. 작폐가 심했는지 성경에도 세리는 대개 나쁜 이웃으로 묘사된다. 18세기 이후 미국과 영국 등에서 감옥이나 철도, 우편 시스템을 민간에 맡긴 것도 일종의 아웃소싱이다.
기업에서 아웃소싱과 관련한 경영판단은 ‘만들 것이냐, 살 것이냐(make or buy)’의 문제로 귀착된다. 만약 자체적으로 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싸고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면 아웃소싱을 하게 된다.
아웃소싱은 80년대 경기침체와 함께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경영 전략으로 급부상했다. 90년대 들어서는 정보기술(IT) 부문에 대한 아웃소싱이 크게 유행했다. 외환위기 이후 인사나 총무 등 관리기능의 골간을 아웃소싱으로 돌리는 경우도나타나고 있다.
▽아웃소싱의 확산=특히 제품 수명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기술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아웃소싱 전략은 힘을 얻었다. 조직의 몸집을 줄이고 경쟁력이 있는 핵심 기능에만 주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자동차 메이커인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최근 경차인 스마트카를 개발하면서 부품업체 선정에서 조달 전략 등까지 공급네트워크 전반에 대한 관리를 앤더슨 컨설팅에 맡겼다.
비아그라를 개발한 제약사인 화이자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20%가 넘을 정도로 R&D를 중시하지만 전체 R&D 비용의 27%를 아웃소싱에 지출한다. 비아그라 개발 당시에도 임상 시험의 절반을 소규모 연구소에 맡겨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최근에는 제조업체가 아예 생산 부문을 다른 업체에 맡기는 경우도 등장했다.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한 보고서에서 “아웃소싱이 일부 부품과 시설에 한정되다가 최근에는 경영 시스템 전체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아웃소싱은 만병통치약?=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얼마 전 ‘삼성 방식(The Samsung Way)’이라는 기사에서 삼성이 아웃소싱을 외면하고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그룹 내에서 만드는 것이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이 수십억달러를 새로운 공장 건설에 투자하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같은 부품에서 디지털 완제품까지 혼자 다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투자 회수 기간이 긴 제품의 경우 대규모 설비 투자를 감행했다가 예상보다 빨리 다음 단계의 제품이 시장의 주력 상품이 되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면 아웃소싱은 언제나 최선일까.
80년대 초반 IBM은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에서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부품과 소프트웨어, 제품 유통을 모두 외부에 맡기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 결과 1년3개월 만에 제품을 내놓았고 3년 만에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협력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이 깨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협력업체들이 IBM의 경쟁사와 거래하면서 IBM 호환 PC가 계속 등장했고 85년 41%이던 IBM PC의 시장점유율은 95년 7.3%로 추락했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헨리 체스브로 교수는 “자사의 핵심 역량을 구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시장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기술 혁신에서 아웃소싱을 활용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웃소싱이 만능은 아니며 기업의 기능을 외부에 의존할수록 불확실성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