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정한 친구’ 초등학교때부터 10년 이상 운동을 같이 해 온 윤미진(오른쪽)과 이현정. 뉴욕=김상수기자
왜 하필 만난 상대가 ‘10년 지기’였을까.
제42회 세계 양궁선수권대회 여자 개인전 준결승전에서 맞붙은 윤미진과 이현정. 스무살 동갑내기인 이들은 송정초등학교-수성여중-경기체고-경희대까지 10년간 운동을 같이 한 친구 사이다.
경기장 밖에선 둘도 없는 친구지만 사선에 들어서자 승부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불꽃을 튀겼다. 2엔드(3발이 1엔드)까지 54-53으로 이현정의 한점 차 리드였지만 3엔드에서 윤미진이 9-10-10점을 쏴 3발 모두 9점을 쏜 이현정에게 앞서며 82-81로 역전했고 마지막 4엔드에선 26-25로 이현정이 한점을 앞서 최종스코어는 107-107 동점.
운명의 장난처럼 둘은 슛오프를 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들 뒤에 서 있던 서거원 감독은 한쪽 편을 들 수도 없고 입장이 난처했는지 “아무나 이겨라”라고 둘 모두를 응원.
먼저 슛오프에 나선 윤미진은 대담하게 활을 쏴 과녁 한가운데를 명중시키는 ‘X-10’을 쐈다. 나중에 이현정은 “미진이가 ‘X-10’을 쏴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부담을 가진 이현정은 9점. 한점차로 윤미진의 승리였다. 후회 없는 한판승부를 펼친 둘은 서로를 껴안아 주며 “잘 쐈다”고 격려했다.
일찍 스타로 떠오른 윤미진에 비해 올해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로 나설 만큼 무명이었던 이현정은 경기가 끝난 뒤 “조금 서운하긴 해요. 하지만 초보가 이만하면 잘한 거 아니에요?”라고 반문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유일하게 눈물을 흘린 그는 눈물의 의미를 묻자 “감격해서 울었어요. 절 국가대표로 만들기 위해 애 많이 쓰신 조은신 코치님(경희대)께 감사드립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뉴욕=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