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별.’ 박지성이 경기 시작 3분 만에 벼락 같은 선제골을 뽑아낸 뒤 고향팬들의 환호에 두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수원=뉴시스
“명보형 미안해.”
‘태극전사’ 박지성(22)이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34)를 울렸다.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3피스컵코리아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과 LA 갤럭시(미국)의 B조 마지막 경기.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과 박지성 이영표(이상 아인트호벤), 그리고 홍명보(LA). 2002월드컵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조했던 ‘영웅들의 맞대결’은 팬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월드컵의 추억’으로 빠져 들게 했다.
‘히딩크의 애제자’ 박지성은 홍명보가 버티는 LA의 수비라인을 뚫고 경기 시작 3분 만에 골을 뽑아냈다.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파고들다 헤셀링크가 슛한 볼이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가볍게 받아 넣은 것. 이 골은 아인트호벤 골 폭풍의 신호탄이 됐고 결국 4-1 대승으로 이어졌다.
수원공고 출신인 박지성에게 수원은 추억이 깃든 땅. 박지성은 이날 좌우 날개와 최전방 스트라이커 등 다양한 포지션을 오가며 대선배인 홍명보와 수시로 맞대결을 펼쳐 고향 팬들을 열광시켰다. 수원에 인접한 ‘안양 토박이’ 이영표도 왼쪽 수비수로 나서 과감한 오버래핑에 이은 활발한 센터링을 올렸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은 역시 ‘적’이기보다는 ‘동지’였다. 히딩크 감독은 후반 27분 홍명보가 사이드아웃된 볼을 스로인하기 위해 아인트호벤 벤치 쪽으로 달려오자 뛰어나가 포옹했다. 홍명보는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박지성에게 달려가 얼싸안으며 승리를 축하해준 뒤 즉석에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홍명보는 “(박)지성이는 움직임이 좋았고 (이)영표는 팀플레이에 충실했다”며 후배들을 칭찬했다. 히딩크 감독도 “이영표는 성실한 선수로 커나가고 있고 박지성은 공격의 파괴력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의 선제골에 상승세를 탄 아인트호벤은 전반 5분 헤셀링크가 추가골을 터뜨렸고 2-1이던 후반 10분 욘 데 용, 후반 34분엔 봄멜이 연거푸 골을 낚아내 대승을 거뒀다. 봄멜의 마지막 골은 이영표가 어시스트했다.
아인트호벤은 나시오날(우루과이)이 1860 뮌헨(독일)에 0-1로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2승1패로 조 1위를 차지해 결승에 올랐다. 나시오날은 (1승1무1패)로 조 2위.
아인트호벤은 A조 1위인 프랑스의 올림피크 리옹과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승컵을 놓고 맞붙는다.
수원=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