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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시대]미국인 생명보험 100% 활용하기

입력 | 2003-07-23 18:27:00


미국 뉴욕의 직장인 피터 마테디크(54)는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연금(IRA)에 가입했다. 대표적 기업연금인 401k에 한도를 채워 연봉의 4%를 넣고 있다.

하지만 마테디크씨는 불안하다. 퇴직 후 부인과 함께 플로리다에 집을 얻어 살면서 현재 생활비의 70% 정도를 쓰고 살기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보완책으로 10년 전 추가 노후자금을 어느 상품으로 마련해야 할지 고민한 끝에 가입 제한이 없는 연금보험에 가입해 매월 2000달러씩 납입하고 있다.

저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된 미국에서는 마테디크씨처럼 보험상품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보험이 단순히 미래의 위험에 대한 보장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투자 개념을 가진 재테크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연금보험을 통한 노후대비=연금보험은 미국인들이 401k 등 기업연금이나 IRA만으로 노후대비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될 때 가입하는 대표적인 노후대비 상품이다.

기업연금이나 개인연금은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반면 납입금액에 제한이 있다. 특히 개인연금은 연간 소득이 일정 금액을 넘어서면 더 이상 낼 수 없다.

반면 연금보험은 소득공제 혜택은 없지만 가입이 자유롭다. 누구나 연간 소득에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다. 연금보험은 보험회사를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다.

연금보험은 보험회사가 고객들에게 받은 돈을 주식과 채권 등에 분산 투자해서 고객에게 수익을 되돌려준다는 점에서 뮤추얼펀드와 비슷하다.

다만 뮤추얼펀드와 달리 가입기간 중 발생한 수익에 대해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고 원금에 다시 보태 계속 투자된다는 것이 다르다.

가입자는 퇴직한 뒤 연금을 받는 시점에 세금을 내면 된다. 이처럼 세금을 수십년 뒤에 내는 과세연기(課稅延期·Tax Deferral) 효과는 크다.

예를 들어 소득세율이 28%인 사람이 5만달러를 매년 연금보험과 뮤추얼펀드에 각각 투자해서 똑같이 매년 8%씩 늘어난다고 가정해 보자. 과세연기 혜택이 있는 연금보험은 20년 뒤 233만달러로 불어난다. 매년 세금을 내는 뮤추얼펀드는 이보다 훨씬 적은 153만달러를 받는다.

어차피 나중에 세금을 내면 똑같지 않으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다. 소득세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맞벌이 부부들은 최고세율인 38.6% 또는 35%의 세율이 적용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퇴직 후 연금생활자들은 대부분 10% 또는 1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퇴직 뒤 소득이 줄어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 따라서 미국인 사이에서 세금은 될수록 늦게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미국 종합금융회사인 매스뮤추얼의 투자상담 담당자인 이윤희씨(43)는 “연금보험은 노후를 걱정하는 미국인들이 기업연금과 개인연금 다음으로 많이 가입하는 상품”이라며 “과세연기 혜택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연금보험의 단점은 가입 후 7∼10년 내에 중도해지하거나 59세6개월 이전에 보험금을 받으면 보험회사에 수수료를 내는 것은 물론, 세무당국에 가산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파생 보험상품=미국 생명보험 업계는 1970년대 후반부터 기존의 보험상품 개념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투자형 보험상품들을 판매해 왔다. 변액보험, 유니버설보험, 변액유니버설보험 등이다.

변액보험은 인플레이션으로 보험금의 실질적인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상품이다.

일정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은행 예금 이상의 수익과 위험보장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투자형 보험상품이다.

변액보험은 고객이 낸 보험료 중 일부를 펀드로 만들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한 뒤 투자수익을 계약자에게 돌려준다.

좀 더 쉽게는 투신사의 수익증권을 생각하면 된다. 고객이 맡긴 보험료를 주식 채권 등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그 수익률에 따라 보험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높은 수익을 올리면 보험금이 많아지니까 미래에 돈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

보험사들은 여러 가지 펀드를 구성해 가입자들이 자신들의 투자성향을 고려해 직접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도록 한다. 높은 리스크에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주식에 많이 투자하고 퇴직을 앞두고 있어 낮지만 안정적인 수익률을 원한다면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유니버설보험은 월보험료와 보험금이 확정돼 있지 않으며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계약자는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조절할 수 있고 그만큼 보험금 규모도 달라진다. 해약환급금(보험계약을 해지하면 되돌려받는 돈) 범위 내에서 수시 인출도 가능하다. 최저금리만 확정해서 보장하고 금융시장의 금리 상황에 따라 일정기간마다 금리가 변동한다.

변액보험과 다른 점은 투자 수익을 되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이자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대신 여윳돈이 생기면 보험료를 더 많이 납부해 노후에 받을 수 있는 돈을 늘리고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거나 너무 많은 보험료를 냈다는 판단이 서면 일부를 인출하거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변액보험과 유니버설보험의 장점만을 결합한 상품이 바로 변액유니버설보험이다. 변액보험처럼 가입자는 투자상품을 선택할 수 있고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가입자에게 돌려준다. 또 유니버설보험처럼 가입자는 보험료를 조절할 수 있고 중도에 인출할 수도 있다. 다만 최저이율 보장은 하지 않는다.

변액유니버설보험은 입출금기능, 투자기능, 보장기능을 하나로 묶은 상품으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금융형 보험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플 때를 대비하는 장기간병보험=연금보험이나 변액, 유니버설보험 등과 같이 퇴직 후 쓸 돈을 마련하는 상품이라면 장기간병보험은 갑자기 큰 병에 걸렸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상품.

퇴직 후 나이가 들수록 치매나 중풍 등에 걸려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

미국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따로 떨어져 사는 핵가족화가 오래전부터 자리 잡았기 때문에 자녀의 간병을 받기 어려운 노인이 많다.

따라서 불행한 노후를 보내지 않으려고 젊었을 때 저렴한 보험료로 간병보험에 드는 미국인들이 적지 않다.

최근 한국에서도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장기간병보험을 선보이는 보험사가 늘고 있다.


미국 생명보험 상품별 특징 정기보험종신보험유니버설 보험변액유니버설 보험특징1년, 5년, 10년, 20년 등 정해진 기간 사망보험금을 지급. 보험기간이 끝나면 환급금이 없음.평생 사망 또는 재해를 보장함. 사망시 보험금을 받을 뿐 아니라 살아 있어도 보험금을 지급함.종신보험처럼 평생 사망 및 재해가 보장되며 가입자가 보험료 수준을 조절할 수 있음.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보험사가 운용한 뒤 수익을 가입자에게 되돌려줌. 최저이율 보장이 안됨.장점다른 생명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낮음.사망보험금을 받을 뿐만 아니라 생존시 대출이나 중도해지를 통해 이용할 수도 있음.가입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보험료를 조절할 수 있음. 최저 이율이 보장됨.가입자는 자신이 불입한 보험료를 어떻게 운용할지 직접 결정하며 운용수익 따라 보험금이 커짐.단점보험기간이 끝나 다시 보험에 가입하려면 나이가 들어 보험료가 급증함.보험료가 저렴한 정기보험을 가입하고 나머지를 다른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음. 가입자는 보험사가 자신이 불입한 보험료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알 수 없음.운용 상황에 따라 원금을 잃을 수도 있음.자료:푸르덴셜 생명

뉴욕=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美AIG 존 그래프 수석부사장 ▼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도 투자자들이 퇴직 후 노후 대비를 위해 가입할 수 있는 장기 투자성 보험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해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AIG생명보험의 존 그래프 퇴직저축담당 수석부사장(사진)은 최근 뉴욕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영국 일본 등의 경험에 비춰보면 장기 투자성 보험상품은 노후 대비를 위해 꼭 필요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그래프 부사장은 “사망 또는 질병 등 미래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을 주로 판매하던 미국이나 영국은 이미 20년 전부터 보장 기능에서 저축 기능을 분리, 개발한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해 가입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은행금리보다 높은 확정금리를 보장하는 유니버설보험이나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변액보험은 대표적인 투자성 보험이며 종신보험도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살아 있어도 거액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저축성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 특히 그는 투자이익에 대한 세금은 나중에 보험금을 지급받는 때에 내면 되므로 투자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프 부사장은 한국에서도 8월 방카슈랑스가 본격 시행되면 보험사들이 노후 대비를 위한 장기 저축성 보험상품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금리가 낮은 은행의 저축상품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과거 미국 유럽 등과 마찬가지로 은행은 3년 내지 5년의 단기 저축성 상품만 팔고 있고 보험사들은 30년, 40년 등 장기간 사망을 보장하는 초장기 보장성 상품만 판매하고 있어 중간단계의 상품들을 판매하는 금융회사는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보험사들이 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예컨대 10년짜리 저축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AIG는 한국의 은행과 제휴해 고객들이 일부는 원화로, 나머지는 달러로 자산을 운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중 통화 연금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에서 노후 대비 보험상품의 수익률 하락에 대해 “연금보험 등 보험상품은 30년 또는 40년 뒤의 먼 훗날을 대비하는 상품이어서 단기적인 수익률 급락에 대해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과거 100년간의 역사를 볼 때 장기적인 주식시장의 수익률은 결국 은행의 저축상품에 비해 25∼30% 높았다는 설명이다.

뉴욕=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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