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을 열광시킬 선수가 필요하다.’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한 이천수(22·레알 소시에다드)는 24일 한국을 떠나기 전 “내가 머리를 매번 색다르게 바꾸고 독특한 골 세리머니를 한 것은 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화려한 플레이, 거침없는 말과 행동, 속옷 골 세리머니…. 그라운드에서 그는 항상 빛났다. 그를 보기 위해 축구장을 찾는 팬도 적지 않았다. 이천수가 떠난 지금 그를 대신해 K리그를 수놓을 스타는 누구일까.
최성국(20·울산 현대), 정조국(19), 최태욱(22·이상 안양 LG). 최성국과 정조국은 청소년 대표와 올림픽대표를 넘어 성인대표까지 넘보고 있고 최태욱은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한국을 4강에 올려놓았던 주역. 그만큼 스타플레이어의 자질이 넘친다. 최성국은 “천수형의 골 세리머니를 내가 잇겠다”고 벼르고 있고 정조국과 최태욱은 이천수가 떠난 자리를 메워 ‘빅리그’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각오.
하지만 아직 이천수를 따라잡기엔 부족하다. 23일 한일전을 마친 뒤 김호곤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골잡이 최성국과 정조국에게 따끔한 충고를 했다. “골보다 더 중요한 것이 팀플레이다. 골만 넣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팀플레이를 하지 않는 선수는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 것. 최성국은 쓸데없는 움직임이 많아 효과적으로 볼을 패스하지 못했고 정조국은 득점감각은 뛰어나지만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팬들을 사로잡는 능력도 아직 미흡하다. 이천수처럼 거침없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샌님 스타일’인 최태욱도 변신해야 한다. 성실한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팬들의 사랑을 받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팬들을 사로잡을 카리스마를 갖춰야만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이천수가 떠난 녹색의 그라운드. 26일 재개되는 2003삼성하우젠 K리그에서 이들 ‘3인방’의 화려한 변신을 기대해 본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