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지능에서 유전과 환경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일찍이 우생학을 주창한 프란시스 갈턴은 단연 지능은 유전한다고 생각했다.
백인은 흑인보다, 부자는 가난한 자보다 원래 머리가 더 좋은 것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지능이 높은 자들의 출산을 장려하고 하층 계급의 출산을 억제해 인류의 진보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와 평등의 이념이 전파되면서 이런 차별적 견해에 대한 반발이 생긴 것은 당연하다. 인간의 지능에는 원래 차이가 없지만 백인과 부자는 흑인이나 가난한 사람에 비해 교육 기회가 많고 영양 상태가 좋기 때문에 지적 능력이 더 우수해진 것뿐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쌍둥이 연구 결과는 지능의 유전설을 지지한다.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 중 하나가 다른 집안에 입양되더라도 그 아이의 지능은 입양된 가족 보다는 원래 쌍둥이 형제의 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반발하는 ‘자궁내 환경설’이 다시 제기되었다. 쌍둥이는 자궁 속에 있는 10개월 동안의 환경이 동일하다. 즉 뇌의 신경세포가 한창 자라나는 중요한 시기에 동일한 환경에 노출되었기에 쌍둥이의 지능이 서로 비슷해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지능이 더 비슷한 것 역시 사실이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학의 폴 톰슨 교수 팀은 여러 명의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들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촬영 결과를 비교해 보았다. 특히 지능과 관련이 깊은 전두엽(이마엽)과 측두엽(관자엽)의 회백질 분포 상태를 자세히 조사했다.
그 결과 일란성 쌍둥이의 95% 이상에서 이 분포가 동일한 반면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는 별로 그렇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즉 일란성 쌍둥이는 모습이 비슷한 것처럼 뇌의 해부학적 모양도 거의 동일하다. 그렇다면 뇌의 기능, 즉 지능도 거의 비슷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환경보다는 유전적 요소가 지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자식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하려 애쓰는 현대판 맹자 어머니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김종성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