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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기]재규어 뉴 XJ

입력 | 2003-07-28 17:34:00


‘재규어스러움(Jaguarness)’이란 말이 있다. 영국차의 자존심이었던 재규어의 우아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재규어는 실제로 한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였다. 1948년 런던 모터쇼에서 당시로선 시속 200km라는 놀라운 스피드를 과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로 기록됐다. 1951년 프랑스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매혹적인 스타일의 재규어 C타입은 페라리를 제치고 우승했다.

그러다가 재규어는 차츰 ‘스타일’만 있을 뿐 성능은 신통치 않은 차로 전락했다. 마치 몰락한 대영제국처럼 재규어는 어느새 쇠락한 차로 취급받았다.

부도 위기에 몰렸던 재규어는 1989년 포드자동차에 팔렸고 포드는 이후 재규어 성능개선을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 재규어의 최고급 럭셔리 모델인 뉴XJ는 이 같은 투자의 결정판. 재규어는 뉴XJ 모델에 강철 대신 알루미늄 차체를 적용했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며 알루미늄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 알루미늄 차체로 인해 차량 중량은 40% 감소했지만 강성은 60% 향상됐다는 것이 재규어코리아의 설명.

특유의 곡선미가 돋보이는 뉴XJ 차체를 만져보았다. 손끝을 통해 알루미늄의 가볍고 상쾌한 느낌이 전달됐다.

처음 문을 열 때는 다소 빡빡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이자 부드러운 엔진소리와 함께 차가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재규어스러움’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여유를 느끼게 하는 승차감이 돋보였다.

불만이 없지는 않았다. 인테리어였다. 운전석 앞의 계기반 등이 대체로 투박해 세련된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또 햇볕이 강할 때에는 내부 계기반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 성능은 완벽한 업그레이드를 했지만 디자인은 아직 ‘전통’을 따르는 것으로 해석됐다.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속도를 높여도 차는 안정감이 있었고 정숙했다. 과속의 유혹을 느끼기도 했다. 가속(加速)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 휴게소에 들렀다가 고속도로에 다시 진입하거나 다른 차량을 추월할 때 부담감이 전혀 없었다.

차체가 가볍기 때문에 구불구불한 고갯길에서의 코너링에서도 마치 소형차량처럼 민첩하고 안정감이 있었다.

알루미늄 차체의 위력은 ‘놀라운 연비’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400km를 달렸는데도 연료계기반은 여전히 절반에서 멈춰 있었다. 연비는 국산 중형차와 경쟁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다.

아름다운 스타일과 함께 이제 최첨단 성능까지 갖춘 뉴XJ를 가지고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 및 BMW와 경쟁하겠다는 말이 허언(虛言)으로 들리지 않았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