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가나 바로 가나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이 못잖게 과정도 중요하다. 올해 프로야구의 팀 순위가 그렇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 구단은 올해부터 팀 순위 결정 방식을 승률에서 다승 순으로 바꿨다. 도입 초기에 기자를 비롯한 상당수가 반대했다. 세계 프로야구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였다. 130년 역사의 미국엔 아예 없었고 일본에서는 잠깐 시행했다고 들었다.
더 큰 문제는 과정에 해당하는 중간 순위가 결과인 최종 순위와는 다를 수 있어 팬들을 헷갈리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다승제에 의해 중간 순위가 왜곡되는 폐단은 시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곧바로 드러났고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남부권 팀인 삼성과 기아는 비로 경기가 취소되는 경우가 아무래도 중부권 팀보다 많은 탓에 승률은 높지만 다승에서 밀려 중간 순위에서 손해를 봤다.
28일 현재 삼성은 현대에 비해 5경기나 적게 치르는 바람에 현대에 2승차로 뒤진 2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패수에선 3경기가 적어 승률제로 할 경우 현대에 1푼6리나 앞선다.
3위인 SK가 한 달 이상 부동의 1위를 독주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보다 4경기, 삼성보다 무려 9경기나 많이 치렀기 때문이다. 4위 기아도 최근 들어서야 승률이 3푼 이상 낮은 LG를 추월할 수 있었다.
다승제의 또 다른 문제는 무승부가 제외된다는 점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1승 132패를 한 팀이 133경기를 모두 비긴 팀보다 순위가 높다. 이는 분명히 모순이다. 현재 LG를 포함해 상위 5개 팀은 나란히 2무씩을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무승부 수가 차이가 날 경우 막판 최종 순위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이미 다승제가 시행된 올해 당장 제도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내년에는 합리적인 팀 순위 결정 방식을 도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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