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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세이]김진국/시력교정수술 부작용도 생각해야

입력 | 2003-07-28 18:05:00


주로 사냥과 유목생활을 했던 몽골인이나 에스키모인들은 시력이 매우 좋았다. 사냥감을 발견하거나 맹수를 피하기 위해 멀리 보는 능력이 발달하게 돼 시력 2.0 수준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현대 문명생활에 노출되면서 시력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문, TV, 컴퓨터처럼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늘어나면 시력은 점차 나빠진다. 근시가 늘어나는 것은 눈이 인간 생활의 변화에 맞추어 가까이 있는 것이 잘 보이는 형태로 진화한 때문으로 여겨진다.

나빠진 시력을 개선하기 위해 현대인은 다양한 기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안경이 나왔고, 콘택트렌즈가 개발되었으며, 최근에는 나빠진 시력을 되살리기 위한 각종 수술도 시행되고 있다. 시력 교정술은 당초 1950년대 구소련의 안과 전문의가 친구 아들이 유리에 다친 눈을 치료해 주다가 발견하게 됐다. 상처가 나으면서 시력이 좋아진 것을 응용해 수술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국내에서도 시력 교정술이 보편화된 지 8년이 지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교 상급반 어린이의 절반가량이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었다. 필자는 시력이 나빠 겪는 불편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심각한 일임을 진료실을 거쳐 간 많은 환자들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시어머니 앞에서 높은 도수의 안경을 끼지 못해 급하게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염증이 생겨 고생한 예비 신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식(會食)에 렌즈가 부작용을 일으켜 회식이 두렵다고 말하는 직장인 등…. 이런 경험담을 통해 시력이 나쁘면 그렇게 힘든 것이구나 하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반면 시력이 나쁜 여자친구가 시력 교정술을 받도록 해주고 수술실 밖에서 꽃다발을 들고 청혼하는 젊은 남자, 몇 년을 고민하다 받은 수술로 정상시력을 찾은 환자들의 밝은 얼굴은 안과 전문의로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 뒤편에는 시력 교정술이 잘못돼 불행해졌다는 우울한 이야기도 들린다. 수술을 통해 나쁜 시력의 불편함에서 탈출하고 싶다가도 망설이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신의 눈은 수술이 가능한지, 부작용은 없는지, 어떤 종류의 수술을 받아야 하는지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시력교정에 관한 많은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싶다. 먼저 안경과 콘택트렌즈에 큰 불편이 없다면, 안경 착용과 렌즈 착용을 권한다. 만약 렌즈 착용이 불편하다면 소프트렌즈에서 하드(RGP)렌즈로 바꾸는 것이 좋다. 그래도 불편할 경우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일단 수술을 결심한 이후에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정말로 부작용이 없을까, 정말로 시력은 잘 나올까, 또 어떤 방법으로 수술을 해야 할까 등 궁금증과 망설임이 이어진다.

시력 교정술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우선 철저한 검사와 상담을 받는다면 수술 후 작은 불편함은 있겠지만, ‘수술을 괜히 했다’는 후회는 남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시력 교정술 자문위원회’에서 제시한 몇 가지 제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터무니없을 만큼 좋은 수술결과를 제시하는 병원보다는 수술한 환자의 50% 이상에서 1.0이 나왔는지, 90% 이상에서 0.6 이상이 나왔는지를 확인해 주는 곳이 바람직한 수술과 상담을 하는 곳으로 여길 수 있다. 또 수술받은 환자로부터 고소나 고발을 받은 적이 없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김진국 안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