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개발 팀원 구함’ ‘리서치 전문요원 구함’ ‘통·번역 요원 즉시 채용’….
서울의 한 상위권 대학 취업 상담실 앞에는 한시적인 아르바이트 구인정보가 가득 붙어있다. 보수도 연봉이 아니라 ‘일당’ ‘주급’ 단위가 대부분. 그러나 이들 아르바이트의 조건은 학점, 경력, 어학실력 등에서 대기업 못지않게 까다롭다.
고학력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차선책으로 ‘아르바이트 취업’에 나서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국내 명문 사립대를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 대학원을 나온 최모씨(30)는 영어 교육업체 두 곳에서 시간제 전화영어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최씨는 “이러다 ‘신입사원’ 타이틀을 한 번도 못 갖는 게 아닌가 싶어 두렵지만 그냥 놀 수도 없어 아르바이트 돈벌이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처럼 취업을 원하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일당제, 시간제 근로자로 내몰리는 ‘한국형 프리터’들이 늘고 있다. ‘프리터(freeter)’는 ‘자유(free)’와 ‘근로자(arbeiter)’를 합성한 조어(造語)로 평생 정규직을 갖지 않고 살아가는 ‘파트타이머(part timer)’를 뜻한다.
프리터의 증가는 장기화되고 있는 청년 실업(失業)에 따른 것. 통계청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2002년 6.6%에서 2003년 1·4분기 8.4%로 급증했고 2·4분기에도 7.3%에 이른다.
우리보다 앞서 청년 실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에서는 1990년대에 이미 ‘프리터’의 개념이 생겼으며 2000년에는 미혼 독신자의 10% 이상이 ‘프리터’인 것으로 조사됐다(일본 후생성 통계).
삼성경제연구소 이상우(李相雨) 연구원은 “외국의 경우와 달리 한국은 프리터 중 대졸자가 많다”며 “문제는 프리터 생활이 정규직으로 가기 위한 다리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덫’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