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최근 징세(徵稅)편의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본보 26일자 A1·3면 보도)를 쓴 뒤 꽤 많은 독자에게서 e메일을 받았다. 납세자에게 불리한 주요 세법 규정은 손질을 해야 한다면서 정책 수립에 참고가 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재정경제부는 2쪽짜리 보도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재경부는 기한 안에 세금을 신고하거나 내지 않았을 때 부가하는 가산세 제도가 성실납세를 유도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보다 더 무겁게 가산세를 물리는 나라도 많아 징세편의를 위한 무리한 제도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형식 논리로만 따지면 재경부의 해명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라도 ‘방어’하려는 데에만 급급하다 보니 조세전문가들의 충고에 귀를 막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우선 이번 기사가 나간 직접적 계기가 된 한국세무사회의 세법 개정 건의는 가산세 제도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다. 각론(各論)에서 행정편의주의적 요소나 지나치게 가혹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하나의 예로 부동산 등을 매입한 뒤 내야 하는 취득세를 보자.
30일 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20%의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 시가(時價) 3억원짜리 주택을 산 뒤 기한을 넘겨 신고하면 120만원을 가산세로 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부담을 감안할 때 30일이라는 기한이 충분할까. 일반인들은 작은 실수만으로도 30일을 넘기기 쉬울 뿐 아니라 유권해석이 필요할 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세무사들은 강조한다. 재경부 해명자료에는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한 달 동안 재경부 웹사이트에는 자동차 특별소비세 인하와 관련해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을 비판하는 글이 끊이지 않았다. 특소세 인하 시점 전에 자동차를 산 사람들의 반발은 종전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강도(强度)가 다르다. 김 경제부총리가 6월 초까지 “특소세를 인하할 계획이 없다”고 말해 오다가 7월 들어 갑자기 특소세를 내렸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특소세는 그 특성상 인하계획이 발표되는 즉시 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확정 전에는 발표하기 어렵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내릴 특소세를 굳이 내릴 계획이 없다고 할 필요가 있었을까. 김 부총리가 납세자의 자리에서 조금만 신중하게 생각했다면 납세자들을 화나게 할 발언을 했을까.
징세편의주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납세자의 원성(怨聲)을 외면하는 것, 납세자의 처지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이 바로 징세편의주의의 핵심이다.
천광암 경제부 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