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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보석류 이젠 남성에도 필수?

입력 | 2003-07-29 15:41:00


서울의 한 컨설팅회사에 다니는 조병인씨(32)는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쓴다. 매년 유행하는 신사복 정장을 2벌 이상씩 사는 편. 화장품과 향수도 가려 사용한다. 화장품은 피부 자극을 고려해 식물성을 고집하고, 향수는 버버리 제품을 즐긴다.

최근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고소득 전문직 남성이 크게 늘고 있다. 프랑스의 유명 화장품인 비오템은 한국에서 남성용 제품이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의사 변호사 펀드매니저 컨설턴트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청·장년 남성들이 패션 제품의 주요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것. 기업들은 '막연한 남성' 타깃에서 벗어나 '고소득 20~40대 남성'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클라란스'는 다음달 한국 시장에 남성용 화장품을 선보인다. 클라란스는 기존 로션 및 스킨 제품 일색에서 벗어나 면도용 오일, 영양 크림, 눈가 주름개선제 등 8가지로 세분화된 남성 제품을 만들었다. 화장품 유통회사인 '패션 코스메틱'도 올 6월 남성 전용 화장품으로 '앙드레 김 옴므'를 선보인 바 있다.

LG생활건강은 다음달 1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남성고객을 위한 피부 미용강좌를 연다. '피부미용=여성'이란 공식을 깬 것으로, 외모에 관심이 높은 20대 후반~30대 초반 전문직 남성을 잡겠다는 의도다.

여성의 전유물로 알려졌던 보석, 반지 등 액세서리도 남성 전용 제품이 나오고 있다. 보석류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보보스'는 지난해 9월부터 20~30대 남성용 제품을 팔고 있다. 1년이 안 돼 3호점까지 열 정도로 남성용 액세서리는 인기다.

보석류 수입업체인 '다비드앤코'도 올 가을에 남성 보석류가 강세인 이탈리아 보석 '블리스'를 수입할 예정이다.

안경 브리프케이스(고급 가방) 구두 시계 등도 남성용 명품이 서서히 여성용처럼 인기를 끌고 있다.

새내기 변호사인 K씨(30)는 "고객들에게 품위 있게 보이기 위해 옷 안경 가방 구두 커프스버턴 등을 제대로 갖추느라 몇 달치 월급이 들었다"면서 "미국에서는 유명 로펌 변호사의 경우 기본 장신구를 마련하는 데 1년치 연봉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대응도 발 빠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부터 20~40대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캐주얼 정장 제품을 늘렸다. 빈폴옴므, 타임옴므, DKNY 남성용 등 캐주얼 정장을 20여개까지 늘린 것. 반면 전통적인 남성 정장은 줄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양경욱 과장은 "2000년 이후부터 남성 화장품과 향수 소비가 꾸준하게 늘고 있다"며 "특히 대도시의 고소득 계층이 밀집된 지역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