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 ‘노란손수건’의 조민기(오른쪽). 그는 매일 저녁 방영하는 이 드라마에서 자영(이태란·왼쪽)을 감싸는 ‘좋은 남자’로, MBC 아침 드라마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에서는 ‘나쁜 남자’로 나온다. 사진제공 KBS
탤런트 조민기(38)는 매일 ‘이중생활’ 중이다.
MBC 아침드라마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극본 박지현·연출 한철수 김우선·월∼토 오전 9시)에서는 여자의 가슴에 못박는 ‘나쁜 남자’였다가, 저녁이면 KBS1 일일연속극 ‘노란 손수건’(극본 박정란·연출 김종창·월∼금 오후 8·25)에서 여주인공의 과거까지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좋은 남자’로 변신한다.
두 드라마의 줄거리는 여러 면에서 닮았다. 한 남자가 자기 아이를 임신한 여자를 버리고 조건좋은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 여자가 아들을 낳아 홀로 키우던 중에 후계자가 필요해진 남자나 그 부모는 뒤늦게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나타난다.
‘노란 손수건’에서 조민기가 연기하는 ‘영준’은 미혼모 자영(이태란)과 사랑에 빠져 그녀의 아들을 자기 아이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의 ‘혁주’는 문경(배종옥)을 임신시킨 뒤 매몰차게 버리는 ‘악역’으로 최근 재판을 통해 친모로부터 아이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각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에는 “두 개의 비슷한 드라마에 조민기씨가 나오니 헷갈린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서울 KBS별관에서 만난 자리에서 조민기는 “캐릭터를 움직이는 ‘근본 마음 가짐’을 놓치지 않으면 혼란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영준은 사랑 지상주의자입니다. 자영이 미혼모라 해도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사랑할 줄 아는 남자죠. 반면 혁주가 자기 아들을 데려오려고 하는 데는 아이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도 있어요. 문경이 아이에게 자꾸 ‘너는 나만의 아들’이라고 주지시키는 것이 결국 어머니의 입김에 휘둘리는 또다른 혁주를 만들기 때문이죠.”
그는 두 남자의 공통점을 “가슴 깊이 품은 사랑”이라며 “사랑한다면 영준처럼 상대를 껴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혁주에 대해서는 “주변 상황 때문에 문경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혼모의 아들에 대한 친부의 친권 주장을 다루다 보니 두 드라마에서 호주제의 문제가 자연스레 부각된다. 조민기는 “처음 영준 역을 맡았을 때 ‘미혼모를 사랑하는 남자’ 정도로만 알았다”며 “두 드라마가 비슷한 사회적 문제를 들고 나오기 시작했을 때는 당혹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을 친부의 호적에 올리는 ‘인지 신고’ 절차가 주민등록증 신청보다 더 쉽다는 것을 드라마를 통해 알고 놀랐다”며 “한때 아이를 뱃속에 품었던 어머니의 ‘탯줄의 연’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