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미술품에 대한 칼럼집을 낸 화가이자 가수 조영남씨. 사진제공 월간미술
“사람들은 나를 늘 가벼운 자리에 쑤셔 박는 경향이 있어. 이제는 그게 내 팔자다, 하고 살지.”
2001년 5월∼2002년 8월 가수 조영남(58)이 서울 시내와 경기 분당 일산을 뒤져 도심 속의 미술품에 대한 칼럼을 ‘월간미술’에 연재했다. ‘미술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길을 걷다 마주치는 ‘친숙한 미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20여년간 화투와 태극기 그림을 화폭에 담아온 ‘엄연한’ 화가 아닌가. 최근 발간된 책 ‘조영남 길에서 미술을 만나다’는 그 칼럼들을 모은 것이다.
책에서 조영남은 서울의 동아미디어센터, 포스코센터, 아셈타워, LG강남타워, 삼성서울병원, 일신방직본사, 국회의사당, SK본사, 분당의 삼성플라자, 롯데백화점 분당점, 일산 호수공원 등에 설치된 조형물과 그림에 대해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평론했다.
“한국인들은 좋은 것은 다 외국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돌아다녀 보니 한국에 세계 유명 화가의 작품은 다 있더라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서울 여의도 일산방직 본사에 있는 이탈리아 조각가 마우로 스타치올리의 ‘일신여의도 '91’다. 이 추상작품에 대한 해설 역시 간단하다. ‘한방의 미학, 일격(一擊)의 미학’이라는 것이다.
“한 방 팍 갈겨서 앗! 이게 뭐지? 하면서 구상이냐 추상이냐 구분조차 못하게 상대를 때려눕히는 거지.”
그는 공부가 부족하다면서 ‘인간과 외계 사이의 범신론적 친화 관계가 이뤄질 때 감정이입이 일어나며 외계 현상에 의해 야기되는 인간의 내적 불안이 추상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는 독일의 미학자 빌헬름 보링거의 정의에 대해서는 “빌어먹을, 그게 무슨 의미냐”고 되물었다.
그는 동아미디어센터는 건축미학이 뛰어나고 그 내부에 전시된 설치작가 육근병의 ‘열매 눈’은 동아일보사 임직원 120명의 눈동자를 촬영해 비디오로 상영하는 것이 언론사 특유의 독자적 논리를 펴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조영남은 또 국회의사당에 전시된 340여점의 작품에 대해서는 “내로라하는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지만 상투적이고 관례적으로 나열했을 뿐 뭐 하나 인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책의 예상 판매 부수를 묻는 질문에 그는 “몇 권 팔려야 인쇄비가 나오냐”며 “대중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예술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