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한 달 동안 11명의 여성이 잇따라 살해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27일 새벽(현지시간) 모스크바 북동부의 한 놀이터에서 인근에 사는 40대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 이에 앞서 모스크바 북동부나 북부 지역에서 10명의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20∼40대 젊은 여성들로 옷이 벗겨진 채 알몸으로 발견됐고 늦은 밤에서 새벽 사이에 목이 졸려 살해됐다는 공통점 때문에 동일범에 의한 범행이거나 서로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성도착 증세가 있는 범인이 여성들을 노리는 것으로 추정돼 사건이 일어난 인근 지역의 여성들은 야간 외출을 피하는 등 공포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경찰은 28일 연쇄살인사건 가능성을 부인하며 시민들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다. 경찰은 “11건의 살인이 모두 동일범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증거가 없고 이 중 2건은 이미 단순 살인강도사건으로 밝혀져 용의자까지 잡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사 전문가들은 적어도 6건은 정신이상자인 동일범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해결보다는 사건의 파장을 줄이려고만 하는 경찰을 비난하는 여론도 높지만 한편에서는 ‘사회병리’라는 관점에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1TV는 “지난 10년 동안 일어난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스트레스나 정신이상, 이유 없는 폭력이나 살인 등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