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된 세계지도가 사고와 발상의 전환에 도움이 될까.’
대구시는 최근 청사 각 실과 사무실 벽에 ‘남반구 중심의 대형 세계지도’(사진)를 한 장씩 붙였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북반구 중심의 세계관과 지리 등에 익숙한 직원들이 발상과 사고를 전환, 다양한 시각을 갖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시는 우리나라에는 남반구 중심의 지도가 제작되지 않아 호주의 그레고리 출판사에서 제작한 남반구 중심의 세계지도(Down Under Map of the World) 120장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 지도 밑에 ‘사고의 전환과 대구의 국제화를 위하여…’라는 제목과 함께 ‘1.남반구의 많은 사람들은 우리와 정반대로 지구를 보고 있다. 타인의 사고방식을 받아들일 준비는? 2.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고 있고, 대구는 세계지도에 나타나지 않는 냉혹한 국제현실. 우리는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라는 문구를 넣어 직원들이 그 의미를 새겨볼 수 있도록 했다.
시청을 찾은 민원인들도 사무실 벽에 거꾸로 된 세계지도가 붙어있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
그러나 상당수 직원들은 “단순히 거꾸로 된 지도가 사고와 발상의 전환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며 “공직사회의 구태의연한 업무 및 정책 추진 과정을 개선하고 토론 문화를 활성화하는 게 발상과 사고의 전환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의 한 직원은 “거꾸로 된 세계지도를 내건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그 효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면서 “즉흥적이고 전시행정 성격이 짙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시 관계자는 “북반구 중심의 지도만보고 살아온 우리의 관념을 바꾸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뜻에서 남반구 중심의 세계지도를 내걸었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