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정신지체장애인 재활시설 ‘교남 소망의 집’에서 자원봉사에 나선 손봉호 서울대 교수(오른쪽)가 정신지체장애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원대연기자
“자, 다음은 17 더하기 3을 해보자. 하나 두울….”
정신지체장애아 이우정군(13)은 이강현(李康鉉) 볼런티어 21 사무총장의 지도에 따라 자꾸만 뒤틀리는 고개를 바로 하며 동그라미 20개를 천천히 그려나갔다.
옆방에서는 양복 윗도리와 양말을 벗어던진 강지원(姜智遠) 변호사와 이형모(李亨模) 시민의 신문 대표이사가 중학생 자원봉사자와 함께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화장실 청소에 열중하고 있었다.
일일이 변기와 바닥을 솔로 문지르는 동안 이들의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29일 오전 강 변호사, 손봉호(孫鳳鎬) 한성대 이사장, 이강현 사무총장, 이한구(李漢龜) 성균관대 교수, 이형모 대표이사 등 사회 지도층 인사 5명이 20여명의 중고교생들과 함께 정신지체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교남 소망의 집’을 찾았다.
청소년들과 함께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이들을 격려하고 ‘봉사활동의 생활화’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자원봉사활동의 의미와 가치’를 주제로 한 손 이사장의 강연으로 활동을 시작한 뒤 오전 내내 청소와 정신지체장애인들과의 산책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후 명사들과 학생들은 강당에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평가의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저마다 지체장애인들과 함께 산책하면서 겪은 어려움, 즐거웠던 점 등을 ‘교수 아저씨’, ‘변호사 아저씨’에게 털어놓았다.
이들은 같이 봉사활동을 한 친구로서, 조언자로서 학생들과 유쾌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대림중 3학년 황이슬양은 “변호사 아저씨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느낌을 알아야 더욱 잘 배려할 수 있다면서 TV 볼 때 소리를 없애고 청각 장애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라고 알려주셨다”며 “그냥 봉사활동만 할 때보다 함께 이야기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청소년들이 봉사활동의 의미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하는 활동의 의미를 알려주고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평가의 시간을 가져야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모 대표이사는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이 봉사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가장 어려운 곳에 있는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기를 수 있도록 청소년들이 봉사활동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