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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250억! 창단 부담금에 발목잡힌 ‘서울팀’

입력 | 2003-07-30 17:35:00


‘서울에도 프로축구팀을!’

움베르토 쿠엘류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각계 인사들이 서울 프로팀 창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축구협회가 위촉한 창단촉구위원회 인사 119명이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의 소모임인 레드파워 등 서울팀 창단을 지지하는 팬들과 손잡고 26일부터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

이들은 “이웃나라 일본도 수도 도쿄에 2개의 프로팀이 있는 데 월드컵 4강국인 한국의 수도에 프로팀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벌써 온·오프라인에서 8만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했다.

○왜 서울에 프로축구팀이 있어야 하나

2002월드컵에 참가한 32개국 중 수도에 프로축구팀이 없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사는 서울. 지난해 월드컵에서 거리마다 ‘붉은 물결’을 출렁이며 한국의 ‘4강 신화’를 주도한 서울에 프로팀이 없다는 사실을 놓고 쿠엘류 대표팀 감독과 거스 히딩크 전 감독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

축구종주국 잉글랜드의 수도인 런던엔 프리미어리그팀 4개(아스날, 찰튼 애슬래틱, 첼시, 풀햄), 스페인의 마드리드엔 2개(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남미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엔 10개가 넘는 프로팀이 있다. 일본의 도쿄에도 FC 도쿄와 도쿄 베르디 두 팀이, 중국의 베이징에는 궈안(國安)이란 프로팀이 있다.

축구가 아닌 다른 종목엔 서울팀이 있다. 프로야구는 LG와 두산, 프로농구는 SK 나이츠와 삼성 썬더스가 서울에 연고를 두고 있다.

현재 프로축구팀이 있는 성남 안양 수원 부천을 다 합해도 서울의 경제 사회적 영향력엔 못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2641억원을 투자해 지은 세계 최고의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단순히 쇼핑몰이나 극장으로 사용해서야 되겠느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창단의 걸림돌

250억원이 문제. 98년 국내 10개 도시에 2002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할 때 서울시가 서울월드컵경기장 신축비용을 부담스러워하자 축구협회가 건축비용 가운데 250억원을 떠안기로 한 게 발단. 협회는 이 금액을 서울구단 입성기금형태로 마련하려했지만 결국 이 250억원이 서울팀 창단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창단에 드는 최소비용을 230억원(프로축구연맹 추정)으로 잡아도 250억원을 추가하면 480억원이 든다는 계산. 월드컵 직후 적극적으로 창단 의사를 밝혔던 몇몇 기업도 이 엄청난 비용에 그만 물러나고 말았다. 더구나 최근 경제 사정조차 좋지 않다.

협회는 월드컵 잉여금 중 100억원을 서울시에 낼 테니 서울시도 100억원을 탕감해 달라는 입장. 그렇게 되면 창단 부담금은 50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해법은 없나?

이명박 서울시장은 시장 출마 당시 서울팀 창단을 공약사항으로 내세웠다. 축구협회 여론조사 결과 시의회 의원 70%도 서울팀 창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 서울월드컵경기장도 다른 월드컵경기장과는 달리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경기장 개발로 인한 주변 땅값 상승, 각종 이벤트 행사 개최, 쇼핑몰 조성 등으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는 것.

그러나 서울시가 빚을 탕감해주고 싶어도 예산 문제는 서울시 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여론이 형성되지 않으면 쉽게 100억원을 탕감해줄 수 없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 각계 인사들과 축구계가 100만인 서명운동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시민구단은 대안. 대전 시티즌과 대구 FC, 광주 상무는 시가 주도해 탄생시켰다. 서울시는 시민구단이 되더라도 경기장 건설비 250억원은 받아야 한다는 게 공식입장이지만 시가 팀을 만든다면 대의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

250억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꺼번에 프로팀을 2개 이상 만드는 방법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이용수
세종대교수
KBS해설위원

■“프로축구연맹 팔걷고 나서라”

서울팀 창단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현재 축구협회가 119인의 서울팀 창단 촉구위원회를 구성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프로팀 창단에 모든 ‘노하우’를 갖고 있는 프로축구연맹이 배제돼 있는 듯한 인상이다.

일단 축구협회의 적극적인 운동으로 서울팀 창단에 대한 분위기는 만들어졌다고 본다. 이제 서울팀 창단을 위한 250억원 분담금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또 시민구단이면 어떤 절차를 통해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구체적인 논의 과정은 빠지고 수박 겉핥기식의 창단 운동만이 벌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프로연맹은 대전 시티즌과 대구 FC 창단 과정에 직접 참여해 많은 문제점을 해결한 주역이다. 축구협회는 연맹과 손잡고 250억 분담금의 해결 방법에 대해, 또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시민구단을 만들기 위해 분석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물론 기존 12개 구단도 적극적으로 동참시켜야 한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