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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지오그래픽]섬, 휴식의 땅제주도-물의나라

입력 | 2003-07-30 18:03:00


지구상의 물. 대부분(97.5%)은 바닷물이다. 민물은 2.5%뿐. 그래도 바다 없는 나라는 많다. 있더라도 삼면이 두루 바다에 접한 반도는 몇 안 된다. 거기에 섬까지 갖춘 곳은 더더욱 드물고. 그래서 한반도는 특별한 곳이다.

반도의 섬, 제주도는 ‘물’에 관한한 ‘특구’다. 섬은 보통 물이 귀한 법. 그런데 제주도는 거꾸로 물(지하수)을 뭍에 수출한다. 물맛은 프랑스의 ‘에비앙’이나 ‘볼빅’ 같은 세계적 브랜드에 못지않다.

‘물의 섬’ 제주. 어디 먹는 물뿐일까. 검돌 해안 틈틈이 금빛 모래사장까지 빛나는 ‘환상의 섬’이다. 지금까지 기자가 본 세상의 바다 가운데 최고는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프랑스령 폴리네시아). 꿈처럼 환상적인 물 빛깔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바다 빛깔을 제주 섬에서 보았다. 전혀 기대치 않았던 그 환상의 빛깔을.

옥빛과 스카이블루, 다크블루의 바다를 두루 만나는 함덕 해수욕장. 조성하기자

○ 타히티를 닮은 해변

제주 검돌과 금빛 모래사장이 잘 어울리는 함덕 해변. 바다 빛깔은 두 가지다. 멀리 코발트빛, 해변의 옥빛. 김녕 해변은 섬 주민이 즐겨 찾는 소박함이 돋보이는 곳이다. 비취 스카이블루 다크블루의 바다가 이어진다. 최근 해류에 실려 온 모래로 해변 풍광은 더더욱 소담스럽다.

하귀에서 애월 방향으로 해안 도로를 달린다. 애월 지나 나타나는 한담의 절벽 아래. 온통 옥빛의 너른 바다는 타히티 섬을 연상케 한다. 이런 빛깔의 바다는 반도에 예뿐일 듯하다. 하얀 모래에 검돌 한 무리 자리 잡은 물밑 풍경.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으로 미뤄 수심은 얕아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스노크링 즐기기에 그만인 곳이다.

○ 물 좋은 섬 제주도

60년대까지만 해도 ‘물 허벅’으로 해안가 용천수를 지어다 먹던 이 곳. 지금은 ‘제주 삼다수’를 뭍에 수출하는 ‘물 좋은 섬’이 됐다. 수원은 한라산 중 산간 지대의 지하수. 현무암 틈새로 스며든 물이 중턱 지하에 저장된다.

수돗물이 콸콸 나오기 전 섬 주민의 식수는 용천수(샘솟는 물)였다. 산간 것은 사제비물(어리목 등산로), 고망궤왓물(제주시 노형동), 절물(제주시 봉개동 절물 자연 휴양림) 등으로, 해안 것은 상상 물통(남제주군 남원읍 큰엉), 막숙 물통(서귀포시 법환동) 등으로 불린다. 상상 물통(남제주군 남원읍 큰엉), 막숙 물통(서귀포시 법환동) 등으로 불린다.

종정동 물통(남원읍), 절물(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 효돈천(서귀포시와 남원읍 경계) 조성하기자

이 해안의 물통이 제주 섬의 새로운 매력 덩어리로 떠올랐다. 바닷물 들락거리는 해안 바닥에서 샘솟거나 바위틈으로 콸콸 쏟아지는 용천수. 어떤 것은 그냥 바다와 섞이고 어떤 것은 방파제처럼 쌓은 벽에 가두어져 있다. 수온은 한여름에도 5분 이상 몸을 담그기 어려울 정도. 빨래하는 물통, 생선 다듬는 물통, 멱 감는 물통. 물통은 다양하기도 하다.

서귀포 범섬 앞 해안 마을. 방금 잡은 자리(작은 생선)를 용천수 샘솟는 해안가 돌밭에서 다듬는다. 냉장고가 흔치 않던 시절. 자리물회는 이 물에 즉석에서 말아 먹었다고 한다. 비 오는 날 ‘좀녀(해녀)마을’(문화부 지정 ‘우리 문화 역사 마을’)인 서귀포시 법환동 포구의 ‘막숙 물통’. 할머니 두 분이 방망이까지 들고 나와 빨래에 여념이 없다. 비 오는 날은 용천수 수량이 늘어 빨래하기 좋다고 했다. 물통 안. 어찌나 맑은지 송사리 같은 작은 물고기가 떼 지어 논다. 뭍에서 온 개구쟁이들은 온종일 여기서 물장구치며 논다.

돈내코는 섬에서 드물게 늘 물이 흐르는 계곡(하류 구간만). 그러나 물은 하상 바닥에서 솟구치는 용천수다. 어찌나 찬지 이 계곡은 한 여름 냉장고. 제주 사람들의 피서지다.

올여름 제주에 가거들랑 해안 마을을 찾아가 얼음처럼 차고 에비앙 보다 맛좋은 용천수 가득 찬 물통에서 섬사람처럼 피서를 즐겨보자. 기막힌 추억이 될 것이다.

제주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제주 우도 '빨간 머리 앤의집'

우도의 산호사 해변에 최근 문을 연 ‘초콜릿 박물관’의 홍보관 ‘빨간 머리 앤의 집’(Chocolate Castle by the Sea). 동명 소설의 무대인 캐나다 동부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 것을 본따 지었다. 조성하기자

‘빨간 머리 앤.’ 제목만으로도 50대 여인을 한순간 꿈 많은 사춘기 소녀로 되돌려 놓는 불후의 명작(1908년 발간). 지금도 케이블TV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는 이 소설의 긴 생명력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 물음을 갖고 지구촌 곳곳의 ‘앤 러버(Anne lover·‘빨간 머리 앤’의 팬)’가 찾는 곳은 캐나다 동부의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www.peiplay.com). 주민이 13만5000여명에 불과한 캐나다에서 가장 작은 주(州)로 소설의 무대이자 작가인 루시 모드 몽고메리 여사(1874∼1942)가 태어나 자란 곳이다. 순례자처럼 앤이 살던 ‘초록 지붕 집’을 찾는 이는 연간 60여만명. 그 가운데는 한국 브랜드의 수제 초콜릿 제조사인 ‘초콜릿 박물관’(남제주군 대정읍 일과리)의 한예석 이사장도 있다.

섬 풍광이 제주도와 너무도 닮아 소설 ‘빨간 머리 앤’과 섬을 더더욱 사랑하게 됐다는 한 이사장. 그녀가 최근 우도에 ‘초록 지붕 집’(북제주군 우도면 연평리)을 지은 것도 그 때문이다. 위치는 우도 팔경 가운데서도 으뜸인 산호사 해변.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의 ‘빨간 머리 앤 박물관’을 본 뜬 이 2층 목조주택은 ‘빨간 머리 앤의 집’(영어로는 Chocolate Castle by the Sea)으로 불린다.

빨간 머리 앤의 집 1층의 초콜릿 매장 실내. 조성하기자

1층은 자사 초콜릿과 ‘빨간 머리 앤’ 기념품 매장, 2층은 앤과 앤의 친구 다이애나의 방으로 꾸며진 펜션. 초콜릿 박물관의 홍보관이라지만 매장에는 초콜릿보다 앤의 모자, 앤 인형, 앤 비디오 등 앤과 관련된 기념품이 더 많다. 모두 캐나다에서 수입해 온 것.

동화처럼 꾸며진 매장은 여행객이 잠시 이야기 나라에서 앤과 맺은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기에 충분하다. 2층 펜션 객실의 인테리어는 핑크빛과 하늘색의 파스텔톤으로 치장된 애니메이션풍. 허니문에 잘 어울린다. 창밖으로 산호사 해변의 바다 풍경이 조망된다. 064-784-2171

▽찾아가기=우도(천진항)↔성산포 도항선 이용. 15분 소요. ①운임(편도)=승용차 1만1000원, 승객 2000원(어린이 700원). 우도 해양군립공원 입장료(어른 1000원·학생 800원)는 별도. ②문의(우도해운)△성산항 064-782-5671 △우도(천진항) 064-783-0448 ③우도 관광버스=064-782-6000, 064-783-0152 ④소섬 바라기(자전거 대여소)=3시간 5000원. 064-783-0516 ⑤우도 면사무소=064-783-0004 ⑥일기예보(자동응답)=131

제주 검돌(현무암)로 지은 중세유럽 성 모습의 박물관에는 초콜릿 역사 전시관은 물론 초콜릿 제조실(Workshop)도 있다. 유리창을 통해 100%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초콜릿 제조 과정을 볼 수 있다. 카페, 초콜릿 숍도 있다. 개장 오전 10시∼오후 6시, 무료. △마라도 홍보관=064-792-3161 △서울 직영매장(Chocolate Castle on the Teddy Bear Valley)=02-515-2171

▽찾아가기=대정 농공 단지에 위치. 홈페이지(www.chocolatemuseum.org) 참조. 064-792-3121


우도(제주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