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한방 먹었다. 각 부문의 경기호전 신호가 유쾌한 합창 소리처럼 들리는 가운데 29일엔 소비자 신뢰지수가 주목 대상이었다. 이날 아침 JP 모건의 회의자료에도 ‘7월 초 회복세를 보였음. 6월의 83.5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됨’이란 짧지만 긍정적인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오전 10시에 발표된 신뢰지수는 76.6으로 월가의 전망치 85.0에는 어림도 없었다. 경기회복세에 대한 ‘확인’을 바라는 투자자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이 바람에 주가지수들은 1%씩 급락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오전 10시 정각부터 5분 사이에 1.5% 폭락했다. 그래프는 바다에 떠 있는 빙하의 한쪽 끝이 녹아 떨어져 나간 듯한 그림을 그려냈다. 이어 반등세가 나타났지만 힘을 쓰지 못했다.
월가가 소비자 신뢰지수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미국 경제활동의 3분의 2가 소비지출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지금 경기를 이끌어 가는 가장 주요한 부분이다. 이 지수는 콘퍼런스 보드라는 민간기구가 조사설문을 5000가구에 보내고 이 가운데 답변을 해 주는 2500개 정도의 샘플로부터 산출한다.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이런 지수들이 화끈하게 회복세를 밀어붙이지 못하는 것은 고용이 되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3년간 25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는데 아직껏 일자리가 다시 늘어나지는 않고 일시해고가 계속되는 탓이다.
최근 럿거스대 등이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0∼2003년 중 조사대상자의 18%, 5명 가운데 한 명꼴로 해고를 경험했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있었다. 전체의 40%는 앞으로 3∼5년 내에 또 해고될 것으로 우려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니 ‘경기가 호전되면서 구직 희망자가 많아져 실업률이 올라가는 중’이라는 정부의 해석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갖는 것 같다. 6월 실업률은 6.4%로 9년래 최고였고 올해말에는 6.6%를 넘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30일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전반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발표한다. 이어 31일에 발표되는 2·4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추정치 통계 역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4분기(1∼3월)의 1.4% 성장에서 이번에 1.5%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추정치보다 높으냐, 낮으냐가 관건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