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가 있는 어린이를 입단시키는 데 만족하지 않고 세계 초일류급 기사로 키우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사진)이 제자 양성에 착수했다.
그는 한국기원 연구생 1군 수준의 실력을 가진 유망주 3, 4명을 선발해 서울 마포구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트레이닝을 시키겠다는 것.
그는 전부터 제자 육성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일본이나 중국에선 조치훈, 다케미야 마사키, 녜웨이핑, 마샤오춘 9단 등 초일류급 기사가 제자들을 양성해 왔는데 우리나라에선 조훈현 9단이 이창호 9단을 제자로 받아들인 것 말고는 정상급 기사의 제자 양성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
그는 “그동안 시합에 충실하고 싶어 미뤄 왔지만 더 이상 미루면 영원히 하지 못할 것 같아 결단을 내렸다”며 “일류기사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큼 훌륭한 제자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연구생 1군 수준의 기재를 원하는 것은 이 무렵이 바둑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
그는 “1군 밑의 실력까지는 누가 가르쳐도 큰 차이가 없다”며 “하지만 입단을 앞둔 연구생 1군 시절에 집중적으로 양질의 훈련을 받으면 실력 향상에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 방식은 주요 대국을 복기하며 잘못된 것을 서로 지적하는 토론 형식을 도입할 생각이다. 정작 유 9단은 스승 복이 없다. 그가 어렸을 적 짬짬이 지도해준 스승들은 많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그를 장기간 가르쳐준 스승은 없었다. 당시엔 개인지도를 받으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고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그로서는 감당할 수 없었던 것.
그는 “여러 바둑도장이 생겨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입단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아이들이 바둑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쉽다”며 “운동도 하고 세상 물정에도 어둡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2-719-3879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