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보일 때 손가락을 쫙 펴서 손바닥을 보여주는 사람은 사생활까지 드러내는 개방적인 타입.(위)손가락을 붙여 손등을 보여주는 사람은 대인관계는 깔끔하지만 쉽게 속을 보이지 않는 유형이기 쉽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등굣길엔 번화가를 가로질러 갔지만 하교 땐 놀이 삼아 산길을 따라 왔다. 산에선 멀리 쓰시마섬이 보였기 때문이다. “산으로 갈 사람 여기여기 다 붙어라” 엄지손가락을 세우면 “나도, 나도” 하며 엄지에 손도장을 찍는다. 힘있게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는 아이는 성적이야 어찌 되었든 골목대장이다.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고집이 세다. 엄지가 구부정하게 와서 슬쩍 붙었다 가는 친구는 얌전하고 잘 싸우지 않는 성격이었다.
손은 또 하나의 입이다. 말을 못 하는 사람에겐 절대적인 의사소통수단이다. 말을 하는 사람의 경우도 손은 입이 말하지 않는 진실을 알려준다. 만나거나 헤어질 때 악수만으로도 그 사람을 읽을 수 있다.
엄지를 빳빳이 세우며 악수하는 사람은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상대방을 견제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대개의 남성은 남성과의 첫 대면에서는 엄지를 세우고 악수하지만 상대가 여성이면 대개 엄지가 내려간다. 견제하거나 자기를 내세우기보다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이려 하기 때문이다.
이성간에도 자기관리가 필요할 때는 엄지가 곧추선다. 화기애애하게 잘 만났더라도 헤어질 때 상대의 엄지가 긴장되어 있으면 마음을 열어 놓은 것이 아니다. 다섯 손가락을 쫙 펴서 악수하는 사람은 시원시원해서 뒤끝이 없다. 일은 똑 부러지게 하는 반면 급한 성격이다. 엄지까지 붙여 손을 내밀면 내성적이고 치밀하다. 돈을 쓸 때도 요모조모 따지며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친할수록 다섯 손가락이 부드럽게 휘면서 펴진다.
손을 보여주는 모양에서도 성격이 보인다. 손바닥을 보이면서 손가락을 넓게 펴는 사람은 어지간한 사생활까지 비밀이 없다. 한편으론 통이 큰 ‘큰손형’이다. 손바닥이 보이되 손가락을 바싹 붙이면 마음을 보여주기는 하나 다소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취향만 맞으면 머지않아 편한 사이가 된다.
손등을 보이면서 손가락을 펴면 사생활은 감추더라도 사회생활 정도는 얼마든지 공개하는 타입이다. 손등을 보이면서 손가락을 붙이면 대인관계는 깔끔하나 빠른 시간 안에 흉허물 없이 사귀기는 쉽지 않다. 계란 쥐듯 하면서 손바닥을 보이면 심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지나가는 형이라 좋은 기회를 놓치기 쉽다. 주먹을 쥔 상태에서 손등을 보여주는 사람은 상대가 먼저 마음을 열기 전에는 결코 속내를 보이지 않는다. 손바닥이든 손등이든 쭉쭉 뻗어내 보이면 활기찬 기상이 있다. 몸 가까이에서 슬그머니 내밀면 반대로 해석한다. 이런 손의 모습은 만나는 대상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손바닥을 내미는 방향도 다양한 의사 파악의 수단이 된다. 손바닥을 앞으로 내미는 동작은 거부의 표시로, 강하게 내밀면 거센 거부가 된다. 손바닥을 가슴 쪽을 향해 안으로 들이면 받아들이겠다는 포용의 뜻이다. 손바닥을 위로 향해 올리면 간곡한 마음이 있고 손바닥을 내리면 숨고르기의 표현이 된다.
손이 크면 마음 씀이 넉넉하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대체로 손이 작아 마음이 섬세하다. ‘손끝이 맵다’는 표현처럼 작은 손은 정확성이 뛰어나 뜨개질, 바느질, 세공 등에서 유리하다. 여성의 손이 길면서 크면 대외활동에 능하다. 손은 또한 힘을 의미한다. 유별나게 손이 큰 남성은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몸은 장대한 데 눈에 띄게 손이 작은 남성은 부인 덕에 산다는 설도 있다. 손가락이 가늘고 길면 예술적 자질이 있으나 게으른 편이다. 손이 두껍고 따뜻하면서 부드러우면 부귀가 온다.
이렇게 손은 다양한 모습과 동작으로 내가 말하지 않는 나를 말하고 내가 듣지 못하는 상대를 들려주기도 한다.
요즘 인정이 메말라간다,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들어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큰 재산, 손이 있지 않은가. 따뜻한 손 내밀어 서로 힘차게 잡아 주다 보면 엄지에 손도장 찍는 친구가 많아 외롭지 않을 것이고, 손끝 모아 기도하며 살다보면 살기 좋은 세상이 내 손 안에 담기게 될 것이다.
인상연구가 joo33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