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승(28)은 ‘외모 파괴 여가수’의 원조격이다.
지난해 6월 그는 100kg의 거구로 ‘빅마마’보다 앞서 데뷔했다. 데뷔곡 ‘랑데부’보다 몸집이 더 화제가 됐다. 그는 “TV에 예쁜 여자들만 나오는데 대한 반감이 큰 탓인지 팬들의 호응이 컸다”며 “외적 조건에 가려 가창력에 대한 평가가 부족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가요계에서는 그에 대해 풍성한 성량과 파워풀한 발성을 가진 기대주로 인정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주초 2집을 발표한다. 2집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가창력에 대한 평가다. 그는 “외모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다”며 “더 이상 내 몸집이 화제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몸무게를 20kg이나 뺐지만 “건강을 위해서이지 외모 때문은 아니다”고. 그는 국악의 ‘자진모리’ 장단에 맞춰 1시간 정도 춤추는 것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이번 타이틀곡은 ‘화려한 싱글’로 1990년대 중반 유행한 댄스곡과 유사하다. 이 노래는 1985년 발표된 외국 댄스곡을 리메이크한 노래로 양혜승의 밝고 빠른 목소리와 리듬이 매력적이다. 가사는 ‘결혼은 미친 짓이야. 이 좋은 세상을 두고 서로 구속하는 것이야’이지만 그는 “싱글주의자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노래는 서울 시내 댄스클럽 등에서 집중으로 조명받고 있으며 음반의 수록곡들도 대부분 ‘오열’ ‘못가!’ ‘장미의 전쟁’ ‘동안’ 등 댄스곡이다.
댄스곡은 여름 한철용이다. 더구나 댄스곡은 빠른 리듬때문에 보이스의 매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양희승은 “무더운 여름을 훌훌 털어버리자는 뜻의 가벼운 노래”라며 “새 음반에는 내 목소리의 매력을 선보일 수 있는 다른 노래들이 있다”고 말했다.
새 음반에서 그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노래는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리메이크한 곡과 보사노바 리듬의 발라드 ‘벌’ 등. 애조와 호소 등 감정처리가 쉽지 않은 대목에서 그는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고 감정을 싣는 ‘목소리 연기’도 탄탄하다.
그는 7월 28일 방영한 KBS2 ‘결혼이야기-내게 너무 이쁜 당신’에서 몸집 때문에 고민하는 여성 역할을 맡아 매끄런 연기를 보여줬다. 드라마는 처음이나 표정과 발성으로 감정을 처리하는 게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양혜승은 지난해 데뷔 이후 ‘연예계 비리 사건’으로 가요계에 한파가 몰아치는 바람에 홍보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입담이 좋은 그는 “첫 음반에서 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 크다”며 “가을경 라이브 무대 등 여러 노래 현장을 통해 나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허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