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20일 재즈인생 45년을 기념해 콘서트를 갖는 ‘봉고’ 연주자 류복성. 그는 ‘관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원대연기자
라틴 타악기 ‘봉고’의 달인 류복성씨(62)를 최근 서울의 한 재즈클럽에서 만났을 때 ‘에너제틱’(Energetic)이란 단어가 맨 먼저 떠올랐다. 스포츠 머리에 군복과 워커 등 ‘밀리터리 룩’이 에너지를 뿜어냈다. 목소리도 쩌렁쩌렁했다. 나이를 묻자 “그대로 적으면 ‘부킹’이 안 들어온다”며 악의없는 실랑이를 벌였다.
그는 재즈인생 45년을 기념해 19, 20일 오후 7시반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와 ‘웅산’,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이 함께 할 계획.
1970∼1980년대만 해도 그는 TV에서 생소한 악기 ‘봉고’로 재즈를 소개했다. 오죽하면 MBC ‘묘기대행진’에도 초대됐을까. 당시 봉고 연주는 일종의 ‘묘기’였던 것이다.
“90년대 들어 재즈가 유행하고 널리 듣는 음악이 됐어. ‘재즈’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시작된 지 딱 1세기만이야. 나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적어도 터는 닦아놓지 않았나, 그런 생각은 해.”
그는 17세때 미8군 악단에 들어가 드럼과 퍼커션을 배웠다. 봉고 콩가 등 라틴 타악기를 배운 것도 이 때. 그는 “라틴 리듬은 경쾌해서 잘 질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빠져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즈’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재즈’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는 1960년대초 전설적 재즈 드러머 아트 블래키의 내한공연을 떠올렸다. ‘아트 블래키&더 재즈 메신저스’가 서울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을 때 앞자리 두 줄 빼곤 객석이 텅텅 비었다. 블래키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신청곡을 받아 연주했다. 당시 ‘류복성 재즈 메신저스’를 이끌던 그는 무대에 올라가 블래키와 포옹했고, 그때 찍은 사진을 ‘가보’처럼 여긴다.
그는 90년대에 들어와 라이브 카페에서 활동했다.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라이브 카페가 TV보다 100배 낫지. ‘재즈’를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섹스’라고 말하고 싶어. 섹스는 혼자 하는 게 아니거든. 내가 즐기면, 관객도 즐거우니까.”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좋아하는 재즈가 나오면 가볍게 춤을 췄다. 후배 양성에 힘쓰고 싶다는 그는 “워낙 혹독하게 훈련시키니까 1개월을 못 버티고 도망간다. 힘들게 배워야 혼이 담긴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를까”라며 안타까워했다. 공연 티켓은 3만, 5만원. 02-543-3482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