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다시 찾은 세계 정상.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 김동문(28·삼성전기)은 활짝 웃었고 나경민(27·대교눈높이)은 끝내 눈물을 떨궜다.
김동문-나경민 조가 3일 영국 버밍엄 국립실내경기장에서 끝난 2003세계배드민턴선수권 혼합복식 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장쥔-가오링 조를 42분 만에 2-0으로 완파했다. 김-나 조는 이로써 99년 대회 이후 4년 만에 혼합복식 세계정상에 복귀했다.
김-나 조의 이날 플레이는 혼합복식 교본을 보는 듯했다. ‘짧게 대고, 길게 치고, 세게 때린다’는 배드민턴의 금과옥조처럼 나경민이 짧고 긴 스트로크로 상대 흐름을 빼앗으면 김동문이 어김없이 강한 스매싱으로 마무리했다.
나경민이 교묘한 네트플레이로 셔틀콕을 띄워 주지 않자 현역선수 중 스매싱 스피드가 세계 최고인 장쥔은 장기인 스매싱을 시도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반면 수비에 급급해 장쥔-가오링 조가 급하게 올린 셔틀콕은 김동문의 강력한 스매싱에 여지없이 걸렸다.
첫 세트를 16분 만에 15-7로 따낸 김-나 조는 2세트에서도 단 한 차례의 고비 없이 일방적인 공세를 펼치며 15-8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짝을 이룬 김동문과 나경민은 22연승 가도를 달릴 만큼 한때 무적이었다. 그러나 2000시드니올림픽 8강전에서 처음으로 장쥔-가오링 조에 무릎을 꿇었고 2001년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다시 이들에게 우승을 넘겨줬다. 현재 세계랭킹 7위.
오랜 국가대표 생활에 지치고 자신감마저 상실한 나경민은 지난해 말 태릉선수촌을 떠나며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대교 강영중 회장 등 협회 관계자들의 눈물어린 설득에 나경민은 올 초 대표팀에 복귀했고 이날 화려하게 부활했다.
나경민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장쥔-가오링 조를 결승에서 만날 거라고 예상하고 자나 깨나 그들을 깰 궁리만 했다”며 “내년 올림픽에서 다시 만나더라도 반드시 이기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버밍엄=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