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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

입력 | 2003-08-04 17:31:00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명가인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으로 감독은 모리타 히로유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나오는 캐릭터 성격과 이야기 전개, 온화한 그림에는 그를 발탁한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

일에 바쁜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여고생 하루는 평범한 17세 소녀다. 늘 지각하고 실수를 연발하며, 좋아하는 남자 친구에게는 다른 여자 친구가 있다. 되는 일도 없고 좋은 일도 없는 처지를 한탄하던 하루는 트럭에 치일 뻔한 고양이를 구해준다.

그 고양이는 고양이 왕국의 룬 왕자. 그날 밤 고양이 떼가 하루의 집에 찾아와 앞으로 행복한 일만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후 고양이들은 쥐나 고양이풀 등 하루가 원하지 않는 선물 공세를 펼친다. 점입가경으로, 고양이 왕국의 대왕은 하루를 왕국으로 초대하더니 며느리로 삼겠다고 말한다. 점점 고양이로 변해가던 하루는 탈출을 시도한다.

밝고 경쾌한 이 영화에서 자주 웃음을 자아내는 대목은 의인화된 고양이들의 행동. 고양이 대왕의 보디가드들의 움직임 등 몇몇 동작만으로 직업의 특성을 잘 살려내고 있다.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판타지가 주를 이루는 이 영화는 소녀 하루의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고양이로 변해가는 하루는 “하루, 자신이 누구인지 잊으면 안 돼. 넌 너의 시간을 살아야 해”라는 충고를 받으며, 모험을 마친 하루는 “난 잘못하지 않았어. 고양이를 도운 것도, 일이 꼬인 것도 모두 소중한 나의 시간이었어”라고 인정한다.

스스로 판단하고, 거절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모험을 마다하지 않고 자기 시간을 산 하루는 영화 마지막에 부쩍 성장하고 당당해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깊고 넓은 세계에 비하면 소품에 불과하지만 가볍게 볼 수 있는 75분짜리 애니메이션이다. 전체 관람가. 8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