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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국립창극단이 선사하는 한 여름밤의 판소리 4편

입력 | 2003-08-04 17:51:00

8월 국립극장에서는 한바탕 ‘판소리 잔치’가 벌어진다. 8일 꿈나무 명창 공연에 출연하는 어린이 소리꾼들. 왼쪽부터 정희나, 김지현, 이동준, 박성경. 김미옥기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잘 알려진 소리 한 대목을 해보라고 청했더니, 춘향전의 사랑가가 그 자리에서 야무지게 나온다. 1일 오전 국립극장 앞 잔디밭에서 미리 만난 꼬마 명창들의 합창이다. 관객들은 8일 오후 6시30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이들 꿈나무 소리꾼을 만날 수 있다.

국립창극단(단장 정회천)이 기획한 8월 판소리 무대가 관심을 모은다. 어린이 소리꾼부터 한국 최고의 명창까지 다양한 판소리 공연 4편을 국립극장에서 잇달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앙증맞은 목소리의 어린이 소리꾼 다섯 명이 ‘판소리 축제’의 막을 연다. 이동준(서울 당곡초3), 박세미(경북 고령군 성산초2), 정희나(서울 번동초2), 박성경(경기 고양시 성신초4), 김지현(서울 마천초6) 등 9세에서 12세까지 어린이들이 펼치는 ‘꿈나무 명창’ 공연. 이들은 모두 이미 여러 차례의 공연과 경연대회 수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어린이들. 한국 국악의 내일을 짊어질, 말 그대로 ‘국악 꿈나무’인 셈이다. 수궁가 중 ‘토끼 배 가르는 대목’, 심청가 중 ‘심봉사 자탄하는 대목’ 등의 눈대목(하이라이트)을 선보인다.

맏언니인 김지현은 초등학교 2학년 때 TV 국악 프로그램을 보고 어머니를 졸라 국악을 시작했단다. 현재 어린이 창극 ‘심청전’에 초롱꽃 역할로 출연하고 있는 국악계의 어린이 스타.

또 막내인 정희나는 6세 때부터 판소리를 시작해 4월 국립창극단의 창작 창극 ‘청년시대’에 윤봉길의 딸 안순이로 출연해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다음날인 9일 오후 6시30분 달오름 극장에서는 박자희(중앙대 1), 정경화(서울대 국악과 졸업), 민은경(중앙대 3), 이봉근(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과정), 현미(전북대 4) 등 국악계의 유망주들이 출연하는 ‘차세대 명창’ 공연이 예정돼 있다. 판소리계의 대를 이을 소리꾼들이다.

같은 날 9시 하늘극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한층 무르익은 한국 최고의 소리를 맛볼 수 있다. 안숙선 명창(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마련한 ‘심야 야외 완창 판소리’가 그것. 한 여름 밤 별빛과 남산의 솔 향기가 어울리는 색다른 무대다. 안 명창은 지난해 수궁가에 이어 올해는 흥부가를 완창한다. 3시간에 걸쳐 진행될 이번 공연을 두고 안명창은 “대중들이 ‘판소리를 이렇게 들으니 정말 재미있구나’하는 소리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8월 초순의 판소리 잔치가 끝내고 잠시 숨을 돌리고 나면 또 다른 완창 무대를 만난다. 30일 오후 3시 달오름극장에서는 최승희 명창이 모보경, 정선희 두 제자와 함께 6시간 ‘완창 춘향가’를 공연한다. 모보경은 최 명창의 딸이다. 최 명창이 후학과 합동 공연을 통해 들려줄 춘향가는 판소리의 미학적 경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는 정정렬 제 춘향가다. 모든 공연 전석 2만원. 02-2274-3507∼8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