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요즘 ‘몰래 카메라’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가 나온 뒤 아예 대중이 모이는 곳에 다니지 않는 이들도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도 ‘몰카’로 인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필자는 1991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몰래 카메라’를 처음으로 오락프로그램에 응용한 바 있다. 이후 ‘몰카’로 인해 사회적 파문이 이는 것을 보고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10년 가까이 ‘이경규가 간다’ 등 ‘몰카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개그맨 이경규씨와 ‘몰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스타들은 대중앞에 나설 때 매력적인 모습만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몰카’가 유행한 이유는 스타들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일반 시청자들에게 동질감을 전해주었기 때문이었지요.
김=처음 ‘몰래 카메라’는 한 두차례 ‘장난 카메라’를 해보자는 가벼운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개그맨 주병진씨는 목욕탕에서 머리감는 후배의 머리에 샴푸를 몰래 부어 30분동안 계속 머리를 감게 한다든지, 놀러갔을 때 잠든 사람의 옷과 이불을 한꺼번에 꿰매는 등 짖궂은 장난을 하거든요. 첫 방송에는 탤런트 고현정씨 앞에 일부러 화분을 넘어트리면서 반응을 살펴보는 게 나갔어요.
이=‘몰카’를 몇년씩 했는데도 절대 안속는 사람이 2명이 있었습니다. 개그맨 신동엽, 영화배우 박중훈씨는 각각 7∼8번씩 해봤는데 절대 안속았어요. 아무리 위장을 해도 5분 안에 ‘몰카’를 알아차리더라구요.
김=가장 잘 속는 사람 중에 탤런트 최지우씨가 기억나네요. 북한 인민군이 나타났으니 나무로 만든 가짜 총을 들고 ‘두두두두’하라고 했는데, 그대로 하더라구요. 김혜자씨도 촬영이 끝난 뒤 뭘 속았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주니까 “재미있다”며 박수치며 좋아하더라구요.
이=그러나 ‘몰카’에 대해서는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아요. ‘일요일 일요일 밤’에서는 촬영한 뒤 출연 연예인들의 허락을 받고 방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지요.
김=요즘 ‘몰카’는 노골적으로 찍어대는 ‘노골 카메라’라고 할 수 있어요. ‘섹스비디오’나 백화점 화장실의 ‘몰카’는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고, 요즘엔 카메라가 달려있는 휴대전화로 목욕탕 탈의실에서 대놓고 찍기도 하잖아요. 사회적인 대책이 시급합니다.
이=사실 제 개그맨 생활의 전기가 된 것은 ‘몰래 카메라’였어요. 90년대 후반 캠페인성 오락프로그램으로 여러 상을 받았던 ‘이경규가 간다’의 횡단보도 정지선 지키기,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상점 등 양심고발 프로그램도 결국 ‘몰래 카메라’의 기법을 이용한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처럼 ‘몰카’가 좋은 데 이용되면 문제가 없을텐데….
김성덕 방송작가·영화감독 CEO@joyfr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