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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저편 384…낙원으로(1)

입력 | 2003-08-04 18:19:00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바늘을 구부려 만든 듯한 달이 광대한 어둠에 빛을 뿌리고 있었다. 소녀는 갑판 위에서 토악질이 기어오르는 것을 참으면서 지금까지의 여정을 되새기고 있었다. 다롄항에서 봉천(奉天)호를 탈 때 열차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언니만 같이 탔을 뿐, 다른 여자들은 배를 타고 남방으로 간다고 했다. 그날 밤 인솔자인 요시다씨는 이 배는 후쿠오카로 간다, 하카다의 공장은 정원이 꽉 차서 상하이항에서 양쯔강을 거슬러 올라가 우한에 있는 군화공장에 간다고 설명했다. 우한이라고,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군화는 바느질 솜씨를 뽐낼 수도 없고, 먹는 것이나 입는 것도 하카다보다는 못할 것이고, 기숙사도 더럽고 좁을지도 모르고, 중국은 무슨 일이 생겨도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무섭다, 하지만 이제 되돌아갈 수는 없고, 돈을 모아 여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목적이다, 3년만 딱 3년만 참는 거다, 하고 생각을 바꾸어 항의도 불평도 하지 않았다. 이틀이나 걸려 상하이에 도착, 대길(大吉)호로 갈아타고 꼬박 이틀…내일 아침이면 우한에 도착한다…우한…과연 어떤 곳일까….

저렇게 가느다란 달인데도 있는 것하고 없는 것하고 전혀 다르네…멀리까지는 안 보여도, 배 주변은 뿌옇게 밝으니까 말이야…어제도 엊그제도 구름이 잔뜩 끼어서 사방이 캄캄하고, 갑판에 나와도 갇혀 있는 것처럼 숨이 답답했다. 하지만 난, 배는 싫어, 계속 토하기만 하고, 속이 울렁거려서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고…기차는 덜컹덜컹 흔들리기만 하니까 오히려 신도 나고, 바깥 경치 구경하는 것도 재밌는데, 배는 싫어! 내일이면 끝나니까 아무튼 참기는 하지만, 하루 더 걸린다고 하면 어쩌지…하고 생각하는 순간, 몸속에서 심한 토악질이 꿈틀꿈틀 기어 올라왔다. 정말 싫어! 토할 것도 없고, 너무 토해서 목구멍까지 아픈데. 속은 한시도 쉬지 않고 울렁거리고, 판자때기처럼 죄어오는 두통 때문에 서 있을 수가 없어서 소녀는 손바닥과 무릎을 갑판 바닥에 대고 토했다. 발소리가 다가오는데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우웩우웩, 아, 힘들어, 엄마, 살려줘, 우웩…하얀 치맛자락…언니다, 언니는 오른손으로 입에 뒤엉킨 머리카락을 거둬 내주고, 왼손으로는 등을 위아래로 쓸어주었다. 괜찮아, 토해, 토하면 괜찮아질 거야…먼 기억의 언저리에서 들려오는 듯 따스하고 정겨운 목소리였다.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