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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포석 人事의 세계]기업⑥ 中企-벤처기업

입력 | 2003-08-05 18:46:00

포털사이트 하나포스닷컴을 운영하는 하나로드림의 직원들이 차세대 브로드밴드 기술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하나로드림


“사장이 직접 나서 3개월 동안 삼고초려하더군요. ‘이 회사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팬택&큐리텔의 경영지원본부장 신동진(申東珍) 상무는 8년 전 한국통신(현 KT)에서 중소벤처기업 팬택으로 회사를 옮기던 상황을 이처럼 회고했다.

지난해 큐리텔을 인수해 휴대전화 대기업으로 발돋움한 팬택의 박병엽(朴炳燁·현 부회장) 사장은 1995년 ‘삐삐’ 사업 성공으로 회사가 커지자 한국통신 과장이던 신 상무를 발탁해 조직관리의 중책을 맡겼다. 이후 신 상무는 탁월한 조직관리 능력으로 팬택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지금도 그는 회사에서 박 부회장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로 꼽힌다. 취업난이라고들 해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는 항상 사람이 부족하다. 대기업에 비해 연봉이 적고 근무 여건도 불리해 인재가 몰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소·벤처기업의 창업자나 최고경영자(CEO)들은 주로 자신의 인맥이나 학맥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인재를 끌어 모았다.

인사관리 역점사항항목벤처기업성과급제 수용 5.91직무수행 노력 평가5.78조직에 대한 애착감 유도4.68보상의 공정성 유지3.91직무자율성 부여3.44이직(移職) 의도 조정3.43만점:7점

하지만 최근 중소·벤처기업의 사람 관리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회사의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핵심 인재를 끌어오는가 하면 자체 교육을 통해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직접 키워내기 시작했다.

▽사람에게 투자한다=수출 유망 중소기업 R사는 작년 말 경리부에서 담당하던 임금 관련 업무를 외부 용역 회사에 맡겼다. 삼성전자 과장에서 이 회사의 마케팅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K씨의 연봉이 다른 직원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회사의 1급 비밀인 K씨의 연봉이 알려지면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 통념을 깨는 놀라운 수준의 처우를 약속한 것이다.

“중소기업이지만 회사의 핵심 인력으로서 능력을 펼칠 수 있다는 점과 더 나은 대우를 보장하는 CEO의 약속이 저를 움직였습니다.”(K씨)

정보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 시스템팀의 한형찬 과장은 요즘 유학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는 사내 유학지원 대상자로 뽑혀 조만간 외국 대학의 정보보안 전공 석사과정을 밟을 예정. 학비 전액을 비롯해 항공료, 체재비 등은 회사가 내준다. 반대 사례도 있다. 한글과 컴퓨터는 1998년 ‘ㅱ글 개발 포기’ 파동 때 핵심 개발자들이 대부분 회사를 떠나 재기 과정에서 수년간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이렇다 보니 독창적인 기술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핵심 인재 확보에 쏟는 중소·벤처기업들의 노력은 대기업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벤처기업 디지토의 김근태(金勤泰) 사장은 “인재야말로 벤처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회사의 규모가 작을수록 인재들의 노하우와 아이디어는 더욱 빠른 속도로 전 조직에 전파된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사람 발굴 방식=안철수연구소는 지난해 신입사원 78명중 34명(44%)을 사내추천제를 통해 뽑았다.

사내추천제는 회사 임직원들이 자신의 책임 하에 외부 인재의 채용을 추천하는 제도. 전 직원을 채용담당자로 활용하는 것. 검증된 인재를 적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어 중소·벤처기업이 앞 다퉈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사내추천제는 또 이직률을 낮추고 조직원간의 결속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온라인게임업체 엔씨소프트는 사내추천제 외에 헤드헌팅 업체를 통한 채용 및 인터넷 채용 비율을 늘릴 계획이다. 엔씨소프트 이기세 인사팀장은 “다양한 채용경로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들은 필요한 인재를 직접 길러내는 교육시스템 도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봉제가방 제조업체인 TY월드는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워지자 오산대 제화공업학과 졸업생 중에서 신규 인력을 뽑은 뒤 세계 수준의 봉제가방 엔지니어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콤정보통신 직원들은 누구나 한 해에 100시간 이상 능력배양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 내용은 기술교육뿐 아니라, 인성교육 마케팅교육 영어회화 등으로 다양하고 수강 실적이 나쁜 직원들은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는다.하우리는 98년부터 입사 1년차 이상 직원들을 순번에 따라 해외 전시회에 내보내고 있다.

경북대 경영학부 이장우(李章雨) 교수는 “중소·벤처기업들도 기업규모가 커지면서 사람 관리가 관료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며 “본래의 역동성과 유연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성장과 사람관리 추이변화창업초기 단계성장 단계성숙 단계인사시스템―핵심인력 확보―아웃소싱 및 네트워크 형성―인사제도 공식화 및 체계화―독립인사 부서 설치―인사전문가 영입핵심이슈―핵심인력 이탈방지―보상제도 등 주요 인사정책 결정―기존인력과 신규 인력의 조화―초기 인사관행의 불합리성 제거―관료화 방지―조직의 창의성 및 창업가정신 회복자료:한국외국어대 장은미 교수 연구보고서 벤처기업의 인적자원관리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