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에서는 흔치 않은 나리 꽃. 그 나리 가운데서도 주황 빛깔 참나리가 지금 울릉도에는 지천으로 피어있다. 그 뿐일까. 홍합이면 의당 양식을 떠올리는 도시와 달리 어른 주먹만 한 자연산 홍합이 잠수부 손에 끌려 나와 뭍 구경을 한다. 오징어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도시에서는 금값 주고 사먹는 비실비실한 산 오징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도동항 좌판의 물통에서 헤엄치는 토박이 오징어를 물 밖으로 꺼내니 뿜어내는 물줄기가 소방 호스 것을 능가한다.
울릉도. 그 순수의 섬. 여기서는 인공의 어떤 것도 맥을 못 춘다. 모든 것이 본래의 자연에 더 가까운 탓이다. 사람 인심도 그렇다. 섬치고 인심 좋은 곳, 찾기 힘들다. 섬 인심은 물에 의해 좌우되기 마련. 물 풍부한 울릉도이다 보니 그 물만큼이나 인심도 좋다.
울릉도 행 한겨레 호를 타기 위해 찾은 묵호항(강원도 동해시). 강릉 떠나 묵호로 가는 동안 내내 길 아래로 내려다뵈는 해수욕장. 비치파라솔과 상점만 보인다. 상혼만 나돌 뿐 자연의 멋은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소란스러움뿐. 몇 바가지 물의 샤워 한 탕에 몇 천 원씩 내야 하는 짜증 연속의 해변 휴가. 선택이 없다고. 허나 그건 핑계다.
같은 시각 울릉도 동편의 내수전 해변. 절벽 아래 몽돌 해변에서는 십 수 명이 놀고 있다. 스노클링 혹은 파도타기를 하면서. 샤워는 공짜다. 내수전 계곡의 차고 맑은 물은 파이프를 통해 24시간 쉼 없이 쏟아진다. 하나 뿐인 노점의 물통 안에는 자연산 홍합이 가득 담겨 있다. 놀다가 심심하면 석쇠에 홍합을 굽는다. 소음도, 바가지 상혼도, 소란함도 없는 해변. 이것이 울릉도다.
●여객선으로 2시간30분 걸려
울릉도의 순수함은 ‘섬’이라는 ‘통제된 환경’의 선물이다. 오가는 교통수단이 배 뿐이다 보니 섬 인구는 늘 일정하다. 덕분에 자연의 자정 능력이 인간의 오염을 극복해 균형이 유지된다. 이런 사실을 알던 모르던 이 여름 울릉도를 찾는 사람은 현명하다. 반도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순수한 자연을 예서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올해는 우리나라에 등대가 선지 꼭 100년이 되는 해. 인천 팔미도 등대(1903년)부터 독도 등대(1998년 유인 등대로 승격)까지 1세기 동안 유인(有人) 등대만 49개가 섰다. 울릉도에도 2개 있는데 여객선이 들락거리는 도동항 옆 행남 등대와 정반대 편 천부 항 부근의 태하 등대(서면)가 그것.
이 등대가 요즘 울릉도 관광의 새로운 매력 포인트로 등장했다. 절벽 끝에 서있는 새하얀 등탑까지 천천히 걸어서 오르며 그 주변의 바다와 숲이 이루는 때 묻지 않은 섬의 풍광을 감상하는 생태 기행의 하나인 등대 트레킹이다.
도동항에서 오른 유람선. 배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섬을 일주(41km·2시간 소요)한다. 통구미의 거북 바위, 낙조 포인트 남양 몽돌 해변, 주상절리 비파 산, 해안에 불쑥 솟은 투구 봉 등등.
황토 구미와 태하 등대 트레킹 코스인 바위 해안 지나 모퉁이를 돌면 대풍감(待風坎)의 수직 절벽 바위 해안. 이어지는 현동 항, 그 왼편 바다의 구멍 바위 공암. 오른 편 해안을 보면 송곳 닮은 뾰족 봉 추산이 보인다. 그 추산 아래 절벽 위에 집 한 채가 보인다. 울릉도, 아니 우리나라 해안에서 전망이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너와집 펜션 ‘추산 일가’다.
●해안도로 드라이브 스트레스 훌훌
바다에서 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안 도로(지방도 926번)를 자동차로 달리며 섬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껴보자. 해안도로는 40년 난공사에도 불구하고 뚫지 못한 일부 구간(섬목∼내수전 4.4km) 덕분에 ‘일주’를 달성치는 못했다. 그러나 그 풍광만큼은 국내 최고라 할 만하다. 국내 최고의 건설비(1m당 193만원)가 들어간 가장 비싼 도로인 점도 기억해야 한다. 울릉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신호등 달린 교차 통행 터널(3개)등 6개의 터널, 360도 이상 회전하는 나선식 고가도(수층 도로), 지나다 파도 맞는 물가 도로 등등은 육지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메이드 인 울릉도’다.
울릉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등대’.
파란 하늘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 등탑. 말만 들어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 등대 찾아 오르는 외딴 섬의 호젓한 숲길 혹은 바닷가. 올 여름 낭만의 바다에서 이런 풍경 하나쯤은 그려 볼만도 한데.
허나 그 풍경 찾기가 쉽지는 않다. TV CF나 영화에서 볼만한 풍경이니까. 설사 찾는다 해도 내 능력 밖에 있기도 쉽고. 그러나 지레 포기는 금물. 올여름 울릉도에서 만큼은 상상이 현실로 이뤄진다. 아니 상상을 뛰어 넘는다.
힘이 들 것도, 돈이 들 것도 아니다. 울릉도만 찾는다면 파란 바다, 푸른 숲의 순수한 섬 풍광에 이 멋진 등대 풍경은 덤으로 딸려온다.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히 걸어올라 상쾌한 기분으로 즐기는 숲과 바위 해안의 멋진 산책로까지도. 게다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도 별로 없으니 혼자 즐기는 섬 여행의 묘미는 어느덧 두 배가 된다.
기암절벽 위의 태하등대에서 내려와 화산암이 포진한 바위 해안을 걷는 트레커들. 울릉도의 때묻지 않은 자연을 속속들이 볼 수 있는 등대트레킹은 지난해 소개된 후 인기를 끌며 울릉도 여행의 새 풍속도가 되고 있다. 울릉도〓조성하기자
◇행남 등대(도동 항로표지 관리소)=일반인이 걸어서 찾아갈 수 있는 국토 동단의 유인등대로 울릉도 동쪽 끝 향남 말에 있다. 도동항에서 시작되는 행남 해안산책로(2km)를 따라 바닷가 바위벽과 산자락을 걸어올라가면 그 끝에 있다. 왕복 1시간 정도 소요. 해발 108m 높이의 해안에 설치된 이 독도에서는 맑은 날 독도가 보인다고 한다. 또 해안선의 북쪽으로는 촛대 바위로 장식된 저동 항구(어항)가 내려다보인다. 새하얀 팔각형의 등탑은 높이가 9.1m. 등불은 14초마다 한 바퀴 돈다.
◇태하 등대(울릉도 항로표지 관리소)=해안도로 변의 황토구미(서면 태하동) 부근에서 숲 우거진 산길로 오르는 이 등대길. 숲과 바다를 두루 살필 수 있는 이 길은 최근 성인봉, 나리분지에 이어 새로이 인기를 끄는 울릉도의 트레킹 코스다. 기름 바른 듯 윤택 나는 이파리의 동백나무 숲, 가는 대나무가 잎과 대로 숲 터널을 이룬 섬 조릿대 길, 참나리 섬쑥부쟁이 섬바디 등 숲 속에서 피고 지는 우리 들 꽃….
고개 정상의 숲가에 자리 잡은 하얀 등탑(높이 7.6m). 푸른 동해와 절벽으로 이어지는 섬의 해안선이 트레커를 반긴다. 등명기(등탑의 라이트)는 수면으로부터 171m 높이. 등불은 25초마다 한바퀴씩 돈다.
수면을 박차고 창처럼 치솟은 바위절벽 대풍감(待風坎·향나무 자생지로 천연기념물 제 49호), 천길만길 낭떠러지 절벽과 다크블루 빛 바다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다이내믹한 울릉도 의 긴 해안선. 바다를 향하는 데 하산길은 순탄하면서도 풍경이 아름답다. 인공의 흔적이 전혀 없는 해안의 바위구릉은 트레킹의 재미를 더해 준다. 여기서 보는 동해. 이 섬 어떤 곳에서 보다 멋지고 아름답다. 어린이도 쉽게 다니는 평이한 코스. 1시간 30분 내외 소요.
울릉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울릉 약소 숯불가든
무공해 청정 섬 울릉도. 음식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모든 것이 자연산이니 맛 또한 일품. 그 가운데 뭍사람이 그 특미를 가장 잘 구별해내는 것은 ‘약소 불고기’다. 약초 많은 울릉도에서 약초 먹여 키운 누렁이 한우 암소를 숯불에 구워내는데 서릿발 선 듯 점점이 기름진 등심이 특미. 초간장에 재운 울릉도 특산 ‘명이’나물에 싸먹는 맛 또한 특이하다. 도동항 앞 골목의 ‘울릉 약소 숯불 가든’(대표 김태정·054-791-0990)은 매번 도축한 소 한 마리를 통째로 가져와 부위별로 낸 약소 전문 식당이다. 다른 특미는 표 참조.
울릉도 토속 음식과 맛 집위치토속 음식맛 집전화(054)울릉읍①약소 불고기울릉약소숯불가든791-0990②홍합 밥홍일점 가든791-0880③따개비 밥해운식당791-7789북면④산채 정식나리촌791-6082⑤따개비 칼국수신애분식791-0095
울릉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