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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쟁점]시위소음 법적규제

입력 | 2003-08-06 19:03:00

지난달 7일 경기 과천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과천중앙고 학생 및 학부모 400여명이 시위 소음 때문에 못살겠다며 역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금까지 소음을 동반한 잦은 시위를 참고 지내던 단골 시위 장소 주변 주민들이 ‘시위 할 권리’에 맞서 ‘시위의 소음에서 보호받을 권리’를 내세우며 뭉치고 있다.

정부는 시위 소음을 법적으로 규제할 방침이고 일부 관공서는 시위 장소를 아예 화단 등으로 꾸며 시위를 원천 봉쇄하고 나섰다.

시민사회단체는 “시위 소음을 자제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확산되는 역(逆)시위=노무현 정부 들어 시위가 크게 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전국적으로 5368건의 시위가 벌어져 135만8000여명이 거리로 나섰다. 이는 대선을 앞두고 각종 이해단체의 시위가 봇물을 이뤘던 지난해 상반기(4949건)보다 10% 가량 늘어난 수치.

자연히 관공서 주변 등 단골 시위 장소 주변 주민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경기 평택시청 인근 주민 100여명은 시청 주변에서 농성을 벌이던 노조가 한 달 가까이 아침마다 확성기를 통해 장송곡을 흘려보내자 7∼9일 시청 정문과 후문에서 ‘평화적인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또 경기 과천 중앙공원에선 지난달 7일 과천중앙고 학부모 등 400여명이 “계속되는 시위로 학교 수업이 어려울 정도”라며 시위 자제를 호소하는 역시위를 가졌다. 이들은 9월 9일에도 시위를 열 계획이다.

경기 과천시와 용인시청 인근 주민 등은 소음시위를 법으로 규제해 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경찰 등에 잇따라 제출했다.

정부는 현재 관련 부처와 협의해 소음진동규제법에 시위 소음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 기본권 침해 말라’=6월 초 경기도는 도청 정문 옆 20여평 공간에서 환경미화원 등 경기도 노동조합이 한 달 가까이 천막시위를 벌이며 시위 소음을 유발하자 천막을 철거하고 농성장과 길목에 화단을 조성했다.

소규모 시위장으로 활용되던 공간이 사라진데 대해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회가 3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 공원에서 시위를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에 대해서도 문화단체들은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민주노총 경기도지역본부 김한수(金漢壽) 교육선전국장은 “시위 소음을 강제적으로 규제하거나 시위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비민주적 발상”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원=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