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인용 식탁’은 ‘감성 미스터리’를 표방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난 뒤에도 여전히 ‘미스터리’에서 나오지 못한다. 이야기의 밀도가 치밀하지 못해 영화 자체가 ‘미궁’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영화의 약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결혼을 앞둔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원(박신양)은 지하철에서 죽은 아이들의 혼령을 목격한다. 정원은 식탁에서도 그 아이들의 혼령을 본다. 혼란에 빠진 그의 앞에 기면(嗜眠·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깊은 수면 상태에 빠지는 병)을 앓고 있는 여자 연(전지현)이 나타난다. 정원은 연도 혼령을 본다는 사실을 안 뒤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연에게 접근한다. 연에게는 아이를 잃은 아픈 상처가 있고, 당사자들이 괴로워 잊어버린 과거를 보는 능력이 있다.
모노톤의 암울한 색감이 독특한 이 영화는 초반부터 많은 상징과 복선을 깔고 시작한다. 계속 언급되는 4인용 식탁, 식탁 의자를 떠나지 않는 죽은 아이들의 혼령, 달동네에서 청소차에 치여 죽은 아이의 손가락을 보는 정원의 꿈, 나선무늬의 그림 등 잇따르는 상징들은 이후 영화의 가닥이 어떻게 잡혀 나갈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감성 미스터리’를 표방한 영화 ‘4인용 식탁’. 사진제공 영화사 봄
그러나 시작한 지 1시간이 넘도록, 영화는 정원이 연에게 “이야기 좀 하자”고 따라다니는 것에서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다. 툭툭 던져진 기묘한 상황과 상징들은 하나의 실에 꿰매지지 않고 모호한 채로 남는다.
“도대체 왜?” 같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너무 많아 관객들의 이해를 방해한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미스터리의 정체는 싱겁다. 상징과 복선을 연결해가며 지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실망스럽다.
전지현은 온갖 풍상을 겪고 우울의 늪에 가라앉은 ‘미스터리 여인’을 연기하기에는 너무 무표정하고 대사 처리가 미숙하다. 그가 오열하는 장면에서도 격렬한 감정은 객석으로 넘어오지 않는다. 신인 감독 이수연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8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