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개봉하는 영화 ‘거울 속으로’의 주인공 유지태. 스물일곱 살인 그는 ‘서른 전에 연기관을 세워야 한다’는 게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영대기자
배우 유지태가 8∼10월 세 달 동안 세 영화에서 주연으로 나온다.
8, 9, 10월 잇따라 개봉하는 ‘거울 속으로’ ‘내츄럴 시티’ ‘올드보이’에서 서로 다른 캐릭터로 나오는 것. ‘거울 속에서’는 유약한 백화점 보안실장으로 나오다가 ‘내츄럴 시티’에서는 인간을 위협하는 사이보그에 맞서는 경찰요원으로 바뀐다. ‘올드보이’에선 의뢰인의 청탁을 받고 한 남자를 15년간 감금한 40대 초반의 남자가 된다.
그는 이에 대해 “다작이 아니라 개봉 시기가 우연히 겹쳤을 뿐”이라고 말한다.
“배급 일정이 그렇게 된 게 제 잘못인가요?”
# “저! 어려요”
유지태가 차태현, 권상우와 스물일곱 살 동갑내기라는 사실에 놀라는 이가 적지 않다. 대중에게 비친 그의 이미지에서는 또래의 발랄함을 찾긴 어렵다. 심지어 코믹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도 그는 전위적 누드화를 즐겨 그리는 ‘화가 양아치’였다.
“애 늙은이 같다고요? 저 어려요. 연기하는 거 보세요. 한심하잖아요. 어리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리죠. 인터뷰할 때 ‘많이 모자랍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런 말 하는 거, ‘프로’라면 그렇게 얘기하겠어요?”
그는 인터뷰 내내 ‘아이고…’라며 한숨 섞인 ‘추임새’를 곁들였다. “영감 같다”고 하자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겉늙은 것도 사실”이라며 웃었다. 그는 1998년 ‘바이준’으로 데뷔한 이래 8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현재 ‘올드보이’를 촬영 중이다. 또 홍상수 감독의 신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주연으로 확정됐다.
# “편견이 싫어요”
그는 영화의 매력은 ‘편견을 부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내가 배우를 한다는 것 자체가 편견의 파괴죠. 내성적이고, 말도 느린(웃음) 배우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스캔들도 하나 없지만 그는 “이 나이에 여자에게 관심 많은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했다.
“명절 때 어머니와 저, 단둘이었습니다. 나중에 명절 때 아내와 아이 둘, 어머니와 함께 식사하는 게 꿈입니다.”
그는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했고 대학 시절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무녀독남으로 자란 그의 청소년기는 평탄치만은 않은 듯했다.
#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어요”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은 그를 ‘유집태’라고 부른다. 좋아하면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는 ‘올드보이’를 위해 요가를 배우는 도중 고수도 어려운 동작에도 도전했다. 오죽하면 선배 송강호가 박 감독에게 “애 잡으려고 그러느냐”고 핀잔했을까.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어요. 제기랄.”(웃음)
5월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는 그가 직접 연출한 영화 ‘자전거 소년’이 관객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는 사치예요. (의아한 표정을 짓자) 사치죠, 개인이 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잖아요. 저는 대안 영화에 관심이 많아요. 디지털 영화 등….”
그는 연기력의 부족을 느껴 내년부터는 연극무대에도 설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원래 말이 그렇게 느리느냐”고 물었다. 그는 나름대로 빠른 템포로 “뭐가 느리다고 그래”라며 장난스럽게 응수했지만, 역시 느렸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