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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소프라노 박미혜 빈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와 협연

입력 | 2003-08-07 17:53:00

소프라노 박미혜가 빈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아, 가버린 사랑이여’를 열창하고 있다. -조이영기자


모차르트(1756∼1791)의 유연한 선율이 오스트리아 빈의 한여름 밤을 가로지른다. 휴가철을 맞아 ‘음악의 수도’를 찾은 관광객과 빈 음악팬들은 자그마한 체구의 검은 머리 동양 여인이 자아내는 정열과 순수에 사로잡혔다. 무대의 주인공은 소프라노 박미혜(43·서울대 교수).

빈 시내 중심가의 유서 깊은 공연장인 ‘무지크페라인’(4일·현지시간)과 ‘콘체르트하우스’(6일)에서 잇달아 ‘빈 모차르트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열린 콘서트에서 그는 시종일관 객석의 분위기를 장악하면서 열렬한 박수갈채를 끌어냈다. 이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 시대 의상을 입고 모차르트 곡만을 연주하는 악단. 18세기풍 드레스를 차려입은 박미혜는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등 오페라의 아리아와 중창곡을 선보였다.

“모차르트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모차르트가 살고 활동했던 빈의 청중 앞에서 노래한다는 건 다르죠. 얼마나 떨리고 긴장이 되는지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수산나의 아리아 ‘어서오세요, 내 사랑(Deh vieni non tardar)’과 ‘돈 조반니’의 이중창 ‘거기서 서로 손을 맞잡자(La ci darem la mano)’의 유려한 노래 결은 박미혜를 통해 충일한 소리와 빛나는 색감으로 흘렀다.

‘마술피리’의 아리아 ‘아, 가버린 사랑이여(Ach, ich fuhl's)’를 부를 때 그는 냉정한 타미노로 인해 비탄에 잠기고 만 파미나를 그려 맞춘 듯 표현했고, 새를 잡는 파파게노의 신부 파파게나로 변신해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로 객석을 매료시켰다.

“모차르트의 노래에는 그만의 독특한 세련미와 위트가 공존하죠. 하나하나가 보석 같아요. 우리를 현실로부터 잠깐 다른 곳으로 끌어올렸다가 여유롭게 제자리로 돌려주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박미혜는 모차르트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놓치지 않고 전달하는데 1000∼2000석 내외 규모인 빈의 두 공연장은 더할 나위 없다고 말했다.

“소리를 ‘빵’ 냈을 때 데굴데굴 굴러서 가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우리나라의 몇몇 대규모 공연장은 음향특성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지나치게 거대하게 과장해서 표현하게 만들죠.”

1999년 ‘빈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와 전속 계약을 맺은 박미혜는 매년 두 차례 이상 빈의 무대에 서 오고 있다. 그는 이 오케스트라와 전속 계약된 24명의 솔리스트 가운데 유일한 동양인이다.

“빈 모차르트 오케스트라는 1년에 180회 이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연주하기 때문에 모차르트 시대 연주스타일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죠. 반주의 흐름을 따라 편안하게 노래할 수 있게 해줘요. 목소리의 강약에 모든 연주자가 귀를 기울여 줍니다. 일종의 ‘특권’이라는 생각마저 든답니다.”

6일 공연장을 찾은 피아니스트 최윤아는 “박미혜의 노래에서 절제된 균형미가 느껴진다. 정교한 예술성과 세련된 무대 매너가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박미혜는 줄리아드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8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홍혜경에 이어 두 번째로 1위에 입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러시아 볼쇼이 오페라 갈라 콘서트 초청(1992),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와의 합동 공연(2000)을 비롯해 모스크바 필하모니, 독일 프랑크푸르트 체임버오케스트라, 키예프 국립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그는 올 가을 서울에서 독창회를 계획하고 있다.

빈=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