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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박성주/MBA과정 통합운영 해야

입력 | 2003-08-07 18:25:00


최근 세계적 경영대 인증기관인 세계경영대발전협회(The Association to Advanced Collegiate Schools of Business·AACSB)의 경영학 석사(MBA) 프로그램 인증 현장검증을 위해 미국의 유수 경영대 학장들이 우리 학교를 방문했다. 그중 한 분이 다소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 “이 학교의 학사과정과 MBA를 포함한 대학원 과정을 한 명의 학장이 관장하는 것이 사실입니까?” 사연인즉 일본의 한 경영대에 가보니 학사 과정 경영대와 MBA 경영대학원이 따로 있고 학장도 별도로 있어 서로 전혀 대화 없이 운영되고 있어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가 보류되었던 법학과 경영학 전문대학원제 도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공적인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분야별 특성과 차이점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우선 대학, 일반대학원, 특수대학원, 전문대학원으로 분리된 우리나라 고등교육시스템을 통합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영 교육은 일본과 같이 학사 과정의 상과(商科)대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 개발된 MBA는 다양한 학문 분야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무중심의 하드 트레이닝을 특징으로 한다. MBA 교육은 팀 어프로치, 사례중심, 경험적 학습 등이 주를 이루며 상학(商學) 일반 석사 과정의 배 이상의 과목 이수를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미국 경영대에는 학사, 석·박사, MBA과정이 한 경영대 내에서 개별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며 일부 톱 경영대에는 학사 과정 없이 대학원(석·박사, MBA) 과정만 운영되는 곳도 있다. 세계 수준의 어느 대학도 우리처럼 프로그램별로 경영대, 석·박사 일반대학원, MBA 전문대학원 등으로 나뉘는 곳은 없다. 야간 과정만을 위한 특수대학원을 운영하는 곳은 더더욱 없다. 질적 경쟁력을 가지려면 세분화하기보다 통합에 의한 시너지가 필요하다.

AACSB가 최근 발표한 ‘위기의 경영교육’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도 일부 톱 경영대를 제외하고는 학생감소, 교육기관의 난립, 수요의 다양화, 우수 교수요원 부족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년 전일제 MBA를 도입한 지 10년이 채 안 된 우리나라 경영대 중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들은 정원 충원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조직의 사활을 좌우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체계적인 육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MBA 교육 과정의 육성은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정부가 도입하려는 ‘프로그램을 세분한 전일제 MBA 경영전문대학원 제도’는 그나마 부족한 자원을 활용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경영대를 키우고자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성공적인 MBA 과정을 육성하기 위해 대학은 학사 과정에 안주하기보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국가도 세분화된 프로그램으로 대학을 내몰기보다는 질을 높이기 위한 통합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MBA 시장의 활성화 △우수 교수 확보 △질적 수준 유지를 위한 인증제도의 지원 등 대학의 자율적인 노력을 돕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박성주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