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 규모가 100조원을 넘는 국민연금기금의 운용권을 놓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등 경제부처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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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복지부와 재경부 등에 따르면 경제부처는 국민연금기금 운용계획을 결정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비상설기구에서 상설기구로 바꾸면서 소속을 국무총리실로 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복지부는 현행처럼 복지부 산하에 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연금법은 복지부 산하에 운용위원회를 두고 위원장은 복지부 장관, 위원은 재경부 기획예산처 등의 차관과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가 추천하는 사람 등 모두 21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그동안 복지부는 운용위원회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음에 따라 상설화하면서 전문가를 충원하는 방향으로 국민연금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부처 협의 과정에서 경제부처가 느닷없이 위원회 소속 문제를 들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재경부와 예산처 등은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벌써 100조원을 넘었고 2040년에는 무려 144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기금운용을 독립적, 전문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부처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을 잘할 경우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를 크게 올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안정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처 관계자는 “규모가 막대한 기금의 운용기관을 특정 부처 밑에 두면 그 부처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무총리실 산하의 위원회처럼 전문적,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국민연금제도를 관장하는 복지부와 기금운용계획을 결정하는 위원회는 유기적으로 연계돼 기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동부 산하의 중앙노동위원회와 같은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
복지부 관계자는 “위원수를 현재 21명에서 10명 정도로 줄이고 전문가를 대폭 충원하는 등 경제부처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며 “그러나 소속을 국무총리실로 옮기는 것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관련 부처들은 차관회의를 열고 조율을 시도했으나 견해차만 확인했다. 복지부는 타결되지 않을 경우 위원회 문제는 이번 법 개정 때 포함시키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예산처가 기금운용법 개정안을 통해 주식투자 폭을 늘리려 하는 데다 위원회까지 복지부에서 빼내갈 경우 기금을 증시 부양이나 경기 진작에 마구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