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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나는 외과의사다'…수술뒤 의사는 무슨 생각 할까

입력 | 2003-08-08 17:30:00


◇나는 외과의사다/강구정 지음/265쪽 ·1만3000원 사이언스북스

“외과의사에게 필요한 자질을 얘기할 때 자주 언급하는 말이 있다. ‘사자의 심장과 독수리의 눈과 여자의 손.’”

신장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환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소변을 보며 의사의 눈에서는 눈물이 솟구친다. 현직 외과의사가 수련의 시절부터 느껴온 임상 경험과 사색을 현장감 있는 필치로 엮었다.

군의관 근무 중 폭설로 동사한 젊은 병사를 지켜보던 애처로운 경험, 미국의 선진적 의료시설과 의료체계를 경험한 연수기간, 의료 파업의 와중에서 온 몸을 바쳐 돌본 교통사고 환자의 이야기 등 다양한 화제가 펼쳐진다.

한때 의학전문기자를 지망할 정도로 글을 소중히 여기는 저자는 의료 현장에서도 풍성한 비유를 사용한다. 복강경 수술에서 담낭 절제는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듯이’, 응고된 피떡을 빨아낼 때는 ‘오리가 물고기를 삼키듯이’, 담낭을 잡아 꺼낼 때는 ‘풀숲에 숨은 물고기를 손으로 잡듯이’ 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가르친다. 위 절제수술이나 대장 절제수술은 팔공산 등산에 비유된다.

동화사 능선을 따라 오르는 것은 위장에서 간동맥 주위의 림프절을 떼어내는 것과 같다.

출혈이 있거나 암세포가 전이된 림프절을 놓치는 것은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에 비유된다.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의료 현장에서도 때로는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저자는 미국 연수 중 맹물로 암세포를 죽이는 ‘첨단요법’을 접한 것을 한 예로 든다. 간암 절제수술을 한 뒤 증류수를 환자의 배에 부어 수술 중 뱃속에 떨어졌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죽인다는 것.

많은 연구와 노력으로 수많은 환자를 구한 뒤에도 의사의 마음속에는 시집 제목과 같은 회한이 떠오른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에도 알았더라면….’ 의사로서 안정된 수술이 가능한 경지에 오르려면 환자의 여러 가지 합병증과 나쁜 결과도 불가피하게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