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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베스트닥터의 건강학]항암치료…서울대 허대석 교수

입력 | 2003-08-10 17:25:00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가 병실에서 암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권주훈기자 kjh@donga.com


암(癌)은 한해 10만명에게서 발생해 6만명의 생명을 앗아간다. 국내 사망원인 1위로 해마다 사망자가 증가한다. 국내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성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은 암(59.1%)으로 2위인 고혈압(6.9%), 3위인 디스크 또는 관절염(4.0%)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허대석 교수(48)는 이 무서운 병, 암과의 전장에서 선봉에 서 있는 의사다. 그는 국내에서 유전자 치료의 임상시험을 처음으로 수행했고 암 환자는 면역세포의 하나인 NK세포의 기능이 저하돼 있음을 밝혀냈다.

허 교수는 의대 수업 시간에 암에 걸린 환자에게 발병 사실을 알려야 할까를 화두로 던지곤 한다. 그 역시 늘 이런 고민을 안고 진료하고 있다.

허 교수는 “종양내과 의사는 최신 지식에 뒤처지지 않아야 하지만 환자와의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종양내과에 대해 생소한 사람이 많은데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주로 항암제로 각종 암을 치료하고 있는 분야다. 암 환자의 3분의 2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데 대부분 항암제 치료를 병행한다. 또 3분의 1은 항암제만으로 치료하므로 암에 걸리면 항암제 치료는 필수라고 보면 된다. 항암제는 다른 약과 달리 용량을 조금만 더 쓰거나 며칠 더 쓰면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미국에는 종양내과 의사가 1만명이 넘지만 한국은 200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60%의 환자가 숨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데다 일 자체도 힘들고 환자의 항의가 잦아 의대생들이 지망을 기피하고 있어 안타깝다.”

―허 교수는 악성 림프종과 폐암, 두경부암, 뇌종양 등을 치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암과 달리 악성 림프종은 이 연재에서 소개가 안됐다. 이 병에 대해 설명해 달라.

“악성 림프종은 국내에서 전체 암의 1.5∼2%를 차지하며 10대 암에 속한다. 백인에게서는 아주 흔한 암이며 미국 PGA 투어 골퍼 폴 에이징어가 이 병을 극복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병은 한마디로 림프절에서 림프구가 암세포로 바뀌는 병이다. 우리 몸의 림프구는 일종의 군대다. 심장에서 동맥을 통해 온몸 구석구석에 가서 세균, 바이러스 등 침입자와 전쟁을 하고나서 림프계를 통해 돌아온다. 림프절은 림프계에서 림프구가 적군과 싸우는 일종의 ‘골목 싸움터’로 마디가 만져지는 곳은 대부분 림프절이다.”

―악성 림프종의 증세와 치료법은?

“한국과 일본, 대만, 멕시코의 환자는 증세가 서양인 환자와 다르다. 서양인은 림프절이 붓는 환자가 많다면 동양인은 피부 궤양, 얼굴 발진, 원인을 모르는 고열, 피부 부기, 코 함몰 등의 증세나 입천장이 뚫려 병원을 찾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치료는 보통 1주 동안 항암주사를 맞고 2주 쉬는 것을 되풀이한다. 이 병 전체의 장기 생존율은 40%이며 조기에 발견하면 80∼90%다.”

―허 교수는 현재 서울대병원 호스피스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호스피스 제도에 대해 말해달라.

“암과 싸우는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완치, 생명 연장, 편안한 임종 등의 목표를 세운다. 호스피스는 환자가 편안하게 임종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이 제도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자가 암 말기에 이르면 호스피스 시설에서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우선 시설이 거의 없다.

또 말기 암 환자에게는 마약 투여가 필수적인데 한국에서는 의료용 마약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고 마약 사용이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말기 암 환자는 집에서 방치되고 있으며 중소병원에서는 이들 환자를 받으면 적자가 난다며 안 받아준다. 따라서 환자는 집에서 신음하고 있다가 극심한 통증이 생기면 대형병원 응급실을 통해 입원해야만 한다. 한번 입원하면 3, 4개월 동안 나가지 않고 버틴다. 마약 투여가 필요한 환자를 병실에 입원시켜 튜브 10여개를 꽂고 생명을 억지로 연장시키는 일도 벌어진다. 이 때문에 입원해 치료받으면 살 수 있는 급한 환자가 병실을 못 구해 치료를 못 받는 딱한 일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매년 6만명이 고통 속에 숨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오로지 모르쇠이다. 일본도 마찬가지 문제를 겪었지만 정부가 90년대 들어 집중 투자해 사정이 달라졌다. 일본에서는 말기 환자의 95%가 호스피스 시설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질환별 세분화 치료법 도입 ▼

▽박근칠(47)=종양 치료 분야에서 질환별 세분화 치료 시스템을 도입했다. 폐암, 두경부암 환자의 수술 전에 항암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신 보조요법’으로 정평이 나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 교환교수를 지냈다. 미국임상암학회의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 국제 공동연구, 미국 MD앤더슨암센터와 폐암 분야의 공동 연구 등을 주관하고 있다.

▼위암생성원인 세계 첫 규명 ▼

▽방영주(49)=대한암학회 총무, 국립암센터 자문위원, 암정복추진기획단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암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1994년 박재갑 현 국립암센터 원장과 함께 위암이 세포 자체의 결함으로 TGF-β라는 물질에 담긴 성장 중지 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해 생긴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종근당의 CKD 602 등 각종 항암제의 임상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美서 암발병 억제 유전자 연구 ▼

▽김주항(52)=폐암 치료 분야 신 보조요법의 또 다른 권위자.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의사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1988년 2년 동안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P53 유전자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국내에 소개했다. 유전자 치료법의 연구에서 열심이며 2002년 미국유전자치료학회에서 우수 연구상을 받았다.


▼항암제 적게 쓰는 이식법 연구 ▼

▽홍영선(48)=가톨릭대 조혈모세포이식센터에서 각종 암의 조혈모세포 이식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 악성 림프종 환자에게 항암제를 적게 쓰는 새 골수이식법인 ‘미니이식’을 시행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다. 항암제 카페시타빈의 위암에 대한 임상시험을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 가톨릭암센터 소장과 아시아태평양 호스피스 완화의료 학술대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항암제 내성 메커니즘 전문가 ▼

▽강윤구(46)=최근 한국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4개국에서 항암제 젤로다의 위암에 대한 효과와 부작용을 알아보는 3차 임상시험 총괄 책임자로 선정됐다. 위장관 기저 종양(GIST)에 대해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원자력병원 혈액종양내과 과장,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원 등을 거쳤다. 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는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에서 많은 업적을 내고 있다.


▼이건희회장 주치의로 명성 ▼

▽이진수(53)=세계 최고의 암 치료 병원인 미국 MD앤더슨암센터에서 20여년 근무하면서 국제 학술지에 폐암 관련 논문만 150여편 발표했다. 미국 국립암센터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미국에 있던 1999년 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주치의로 국내에 명성이 알려졌으며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이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영입, 현재 암센터 부속 병원장을 맡고 있다.

▼여의사회 학술연구상 수상 ▼

▽안명주(41)=환자를 가족처럼 대하며 치료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올해 한국여자의사회가 수여하는 학술연구상인 ‘권분이상’을 받았다. 미국에서 MD앤더슨암센터와 함께 양대 암 치료 병원으로 꼽히는 메모리얼슬론케터링에서 실력을 닦았다. 최근 한양대병원 조혈모세포센터 소장으로 난치성 자가 면역질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치료하고 있다.

▼말기암치료에 많은 경험 ▼

▽김시영(49)=위암, 유방암, 폐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면역요법, 유전자요법, 항암화학요법, 수술, 방사선치료 등을 적절히 적용하고 있다. 증상 조절을 통해 말기암 환자가 편안히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항암제들의 다기관임상시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고 미국 암연구학회, 유럽 임상종양학회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임상시험 지침제정 기여 ▼

▽노재경(56)=한국과학재단 지정 암전이연구센터와 연세대 의대 암연구소 소장으로 암과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 1983년부터 3년간 미국 조지타운대 롬바르디암연구센터에서 종양학을 연구했다. 당시 국내 최초로 임상시험을 시행해 현재의 임상시험 지침을 제정하는 데 기여했다. 또 암을 여러 의사들이 협력해 진료하는 ‘다방면 협진 치료법’을 도입했다.

▼개인별 맞춤치료법 개발 ▼

▽정현철(48)=위암과 유방암 환자 개인별로 암의 특성을 구분하고 이에 맞는 항암제를 투여하는 ‘맞춤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위암 환자의 항암제 치료 결과를 15년 이상 추적조사해 병기별로 다른 항암제를 투여하는 ‘병기별 항암 약물치료법’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9월 국내 최초로 신생 혈관 억제제를 이용한 암 치료법의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어떻게 뽑았나▼

항암 치료 분야의 베스트 닥터로는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가 선정됐다.

이는 전국 17개 대학병원의 혈액종양내과 교수 57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암이 있을 때 진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혈액종양내과는 서울 대형병원의 경우 장기의 암에 대한 항암 치료를 전담하는 의사와 백혈병 등 혈액질환 치료 의사로 나눠져 있지만 지방 대학병원 교수만 해도 두 분야를 함께 보는 경우가 많다. 이번 조사에서는 장기 암의 항암 치료 분야에 초점을 맞췄고 혈액질환은 다음 차례에 다룬다.

2001년 베스트 중견의사에서 수위를 차지한 이 분야의 대가 방영주 교수는 서울대 암연구소 소장, 폐암 분야의 세계적 대가로 알려진 이진수 박사는 국립암센터 부속 병원장을 각각 맡아 환자를 상대적으로 덜 본 점 때문에 예상보다 다소 추천을 덜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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