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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性, 이제 터놓고 본다…性관련 전시회 줄이어

입력 | 2003-08-10 17:25:00

정진아 작 '쇠송이 버섯'


요즘 한국 문화계의 화두 중 하나는 ‘성(性)’이다.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성과 관련한 원색적인 대사들과 불륜을 소재로 한 내용이 여과 없이 나오고 있다.

미술 전시도 예외가 아니다. 작품에서 성기 노출은 더 이상 금기가 아니고 최근에는 아예 ‘성’을 타이틀로 내건 박물관이 개관하는가 하면 성 관련 소품이나 작품들만으로 열리는 성 문화전도 선보인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 문을 연 ‘아시아 에로스 박물관’(관장 김영수)은 국내 첫 ‘성 박물관’이다. 한국 중국 일본 네팔 티베트 인도 등 아시아 각국의 성 문화와 관련된 소품들을 한 자리에 모은 이 박물관에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목제 남근, 조선시대 놋쇠에 성행위 체위를 새겨 시집가는 딸에게 어머니가 건넸다는 별전(別錢), 춘화, 남녀 모조 성기, 성행위 조각상, 성희 묘사 노리개 등 3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100여점이 넘는 춘화에는 남녀의 성행위가 묘사돼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 박물관의 개관을 두고 “수백년 동안 유교의 보수적 도덕규범이 계속돼 온 한국에서 성 문화를 소개하는 박물관이 개관한 것은 한국인들이 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13일∼10월 23일 열리는 2003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도 국내 최초로 ‘성 문화전’이라는 타이틀의 특별전이 선보인다. 컬렉션 전문업체인 ㈜솔로몬 김민석 대표가 20여년간 모은 성 관련 조각, 그림, 사진 등 1000여점이 나온다. 김 대표는 “미술품 중개업을 위해 해외를 오가다 외국의 개방된 성 문화와 소품에 관심을 가졌다”며 “이제는 우리도 성에 대한 솔직한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에 그동안 모은 작품들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경주엑스포공원 내 ‘처용의 집’으로 명명된 공간에서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관으로 나눠 로마 르네상스 인더스 잉카 등 시대와 문명에 따른 다양한 성 문화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나온다. 아프리카 겔레데 부족의 다산(多産) 기원 마스크, 남근이 도드라진 해태상, 남성들의 성욕을 충족시킬 목적으로 행해졌던 중국의 전족 등이 소개된다. ‘성인전용구역’으로 지정된 공간에서는 1680년부터 현대까지의 포르노 에칭화, 19세기 유럽 누드집 영상, 에로장면을 묘사한 다기 등 ‘낯 뜨거운’ 작품들이 한데 나온다. 김 대표는 2005년경 이 작품들을 중심으로 제주에 성문화박물관을 개관할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전문 컬렉터 수준을 넘어 일반인들에게로 확산되고 있다. 부산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강현근씨가 이 식당 옆에 성을 테마로 한 사진작품들을 동굴 모양으로 만든 전시실에 담았다. 강씨는 16일 개관하는 ‘성동굴 전시실’ 개관 기념전으로 성을 주제로 한 ‘카툰’ 전을 열 예정이다. 부산 카툰클럽 회원들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에는 해학적이긴 하지만, 성을 묘사한 카툰들이 많아 이제 더 이상 ‘성’이 음지만의 담론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에로틱 미술’의 확산에 대해 미술평론가 윤진섭 호남대 교수는 “검열로부터의 억압이 약해지고 전반적인 성 개방 풍조가 만연한 오늘날 미술의 에로티시즘은 영화나 인터넷에 비하면 오히려 약한 편”이라며 “최근 넘쳐나는 에로티시즘은 하나의 경향성을 보이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센세이셔널리즘에 편승한 것도 있다”고 꼬집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세계 성 문화전’에 선보이는 작품들. 앞쪽부터 아프리카 겔레데 부족의 다산을 기원하는 잉태 마스크, 섹스심벌 마릴린 먼로를 본뜬 마네킹, 중세 유럽의 정조대. -사진제공 ㈜솔로몬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