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원작으로 한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화려한 볼거리로 치장한 영화 ‘젠틀맨 리그’ 사진제공 올댓시네마
세계 패권을 잡고 있던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시대인 1899년,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평화를 위해 회담을 갖는 가운데 무기 사업자 ‘팬텀’은 전쟁을 일으켜 부를 축적하려 한다. 팬텀은 유럽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네치아를 함락시켜 세계대전을 일으키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를 눈치 챈 ‘M’(리처드 록스버그)은 명사수 알란 쿼터메인(숀 코너리)을 비롯해 다양한 능력을 가진 재주꾼들을 모아 ‘젠틀맨 리그’를 결성해 이들을 베네치아로 보낸다.
알란 무어와 캐빈 오닐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젠틀맨 리그’는 이미 잘 알려진 소설 속 영웅들을 모두 모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소설 ‘솔로몬 왕의 보물’의 알란 쿼터메인과 미나 하커(드라큐라), 톰 소여(톰 소여의 모험), 도리안 그레이(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로드니(투명인간), 네모 선장(해저 2만리), 지킬박사와 하이드(지킬박사와 하이드)가 그들이다. 게다가 ‘젠틀맨 리그’의 기획자 ‘M’은 영화 ‘007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에게 임무를 부여하던 ‘M’을 패러디한 것이다.
스티븐 노링턴 감독은 등장 인물들이 원작에서 묘사된 바를 일정부분 차용해 스토리를 꾸몄다.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내면적 갈등을 빚는 모습, 도리안 그레이가 초상화를 보고 추악하게 변해 죽는 장면, 톰 소여가 소년 티를 벗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그렇다.
그러나 크게 관련되지 않은 이 이야기들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탓에 스토리가 균형을 잃는다. 등장 인물의 비중을 적절히 안배하지 못해 너무 많은 이야기가 두서없이 전개된다. 특히 나이가 너무 든 숀 코너리의 둔한 액션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1억1000만달러(약 1320억원)의 제작비에 걸맞게 볼거리는 많다. 베네치아 폭발 장면을 찍기 위해 지은 미식축구 경기장 4개 규모의 세트장을 포함, 모두 58개 대형 세트를 제작했다. 노틸러스호의 항해를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42t의 물이 흐르는 운하 모형을 건설하기도 했다.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