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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월드 워치]美 "IT, 너마저…" MS등 해외이전 움직임

입력 | 2003-08-10 18:24:00


《“정보기술(IT)산업, 너마저도….” 최근 수년 사이에 일자리 250만개가 사라진 미국에서 제조업 부문에 이어 IT 대기업들마저 사업장을 속속 외국으로 옮기려 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시애틀의 노동자 단체인 ‘워싱턴주 기술자연맹’이 최근 입수해 공개한 IBM 내부자료에 따르면 IBM은 3월 “미국 전역에서 300만개의 서비스 부문 일자리가 2015년까지 해외로 이전하는 추세에 맞춰 상당수의 일자리를 외국으로 옮겨야 한다”는 논의를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은 인도에서의 고용인원을 3200명에서 6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말까지 인도의 소프트웨어 개발사업부를 현재의 두 배인 500명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MS 종업원들은 회사측이 내년 중 텍사스주 라스 콜리나스에 있는 회사에서 최소한 800개의 일자리를 외국으로 옮길 계획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MS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정규직원 해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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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컨설팅 회사인 포레스터 리서치에 따르면 IT 산업을 포함한 서비스 부문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일자리는 올해 40만개이며 2015년에는 330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전체 일자리의 2%에 해당하는 수치다. 포레스터는 또 앞으로 1년 안에 미국 컴퓨터 관련 일자리의 8%에 해당하는 45만개의 일자리가 해외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컨설팅회사인 가트너의 IT부문 수석애널리스트 드바쉬시 신하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커다란 물줄기가 바뀐다는 의미로 ‘메가 트렌드’라는 표현을 써가며 “IT산업의 중요하고도 근본적인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소프트웨어 회사 대표인 필 프리드먼은 “이런 일자리는 한 번 떠나면 되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면 학교는 컴퓨터 기술자나 프로그래머를 양성하는 일을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미국 정부도 제조업에 이은 IT산업의 일자리 유출에 신경을 쓰고 있다.

브루스 멜먼 상무부 기술정책 담당 차관보는 6월 18일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의 IT 인력들이 구직난을 겪고 있는 마당에 IT업계가 서비스 부문 일자리를 해외로 옮기는 데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상무부측은 인도 러시아 등에 IT 전문인력이 많고, 초고속 디지털망과 신기술이 거리감을 좁혀 외국과의 거래에 장벽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싼 임금. 포레스터의 스테파니 무어 아웃소싱 담당 부사장은 “자바 프로그래머를 미국에서 구하려면 연봉 6만달러를 줘야 하는데 인도에서 대학을 갓 나온 사람을 쓰면 연봉 5000달러면 된다”며 “1만5000km 떨어진 곳에 싼 인력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뉴욕에 사무실을 두겠느냐”고 말했다.

노조측은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미국 업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반면 기업들은 “임금 요인보다는 글로벌 경영의 일환”이라고 맞서고 있다.

IBM은 내부자료에서 ‘고용 유출에 대해 정부가 기업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 있으며 종업원들은 훗날 자신을 일자리에서 내쫓을지 모르는 외국인 근로자를 잘 가르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후유증을 우려하기도 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