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홍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한일 유소년 친선축구대회에 참가한 양국 선수들이 활짝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야마모토 마야(山本摩也·12), 권승욱(12), 정승원(12), 다시로 다수야(田代澾也·10). -박주일기자
광복절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어린이들이 작지만 뜻 깊은 만남을 갖고 있다.
한일 유소년 친선축구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일본 도쿄(東京) 스미다(墨田)구의 유소년 축구팀 소속 22명의 어린이들이 서울 서대문구 소속 유소년팀 선수들과 친선경기를 벌이며 우의를 다지고 있는 것.
자매결연한 서대문구와 스미다구가 2001년 시작한 유소년 축구경기는 올해로 3번째. 스미다구 유소년 축구팀은 8, 9일 이틀간 경기를 치렀으며 10일 민속촌 등을 방문해 한국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 뒤 11일 오후 출국한다.
8일 오후 서대문구 홍연초등학교 운동장. 뙤약볕 아래 22명의 양측 선수들이 공을 따라 이리저리 뛰었다. 그늘에 앉은 어른들도 연방 손부채질을 하는 날씨였지만 오전부터 뛰었다는 아이들은 지친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일본팀의) 실력이 장난이 아니에요. 지난해 일본에 갔을 땐 우리가 훨씬 잘했는데….”
한국팀의 스트라이커 권승욱군(12)은 오전 경기에 진 것이 분했는지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서대문구팀은 오전경기 때 0―7, 0―3으로 크게 졌고 오후경기에선 3―2, 3―3으로 겨우 1승을 거둬 체면치레를 했다.
“재밌어요. (한국팀이) 잘한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끈질기게 따라 붙어요. 내년에도 또 하고 싶어요.”
참가선수 중 유일한 홍일점인 일본의 야마모토 마야(山本摩也·12) 선수의 말이다.
골키퍼인 정승원군(12)과 중앙 공격수 다시로 다수야(田代澾也·10)는 서로 ‘가위바위보’를 하며 노느라 인터뷰도 뒷전이었다.
양국 선수들 모두 자국 선수보다는 세계적인 축구스타 ‘올리버 칸’과 ‘마이클 오언’을 좋아했다.
“말은 통하진 않아도 서로 축구를 좋아하는 건 알 수 있어요. 그래서 금방 친해졌고 열심히 축구를 하는 것뿐이에요.”
이들에게서 새삼스럽게 광복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 것은 어른들의 시각일 뿐. 축구가 좋고, 친구가 좋은 이들에게 과거사는 아무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들은 모두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조국이 아니라 세계를 보고 있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