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중인 뮤지컬 배우 박동하. 요즘 ‘싱잉 인 더 레인’에 출연해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신인 아닌 신인’이다. 사진제공 SJ엔터테인먼트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하면 조금 거창한가요? 여하튼 양국의 문화 교류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젊은 뮤지컬 배우의 꿈치고는 어딘지 엉뚱해 보인다. 하지만 이 배우의 활약상을 알고 나면 “그럴 만도 하다”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금 정동 팝콘하우스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에서 주인공 돈 락우드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박동하(29·본명 박채봉). 요즘 그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생활하느라 무척 바쁘다. 저녁마다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2주일에 한 번씩 일본으로 날아가 NHK의 한국 소개 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의 사회를 보고 있는 것. ‘안녕하십니까’에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탤런트 유민이 리포터로 출연중이다. 지난해까지 탤런트 윤손하가 사회를 봤으나 그가 마이크를 물려받았다.
사실 처음 박동하라는 배우가 ‘대형 스타’ 남경주와 함께 ‘싱잉 인 더 레인’의 주연으로 더블 캐스팅됐을 때 의아해하는 팬들이 많았다. 국내에서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기 때문. 그러나 박동하는 지난 2년간 일본에서 활동하며 기량을 착실하게 쌓아왔다.
그는 2001년 오디션을 통해 일본 최대 뮤지컬 극단 ‘시키(四季)’에 입단해 일본으로 진출했다. 그 후 6개월 만에 뮤지컬 하이라이트 공연의 주연으로 발탁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올해 초 극단 ‘도호(東寶)’로 소속을 옮기면서 방송까지 영역을 넓혔다.
“일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무조건 짐을 싸게 만들었습니다. 일본에 진출하기 직전 겨우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을 무렵이라 주변에서 우려도 많이 했죠. 그렇지만 도전한다는 기분으로 망설임 없이 떠났습니다.”
한국에서 뮤지컬 ‘코러스라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페임’ 등에 출연하면서 가능성 있는 신인으로 평가됐던 박동하는 ‘큰 물’을 향해 일본행을 결심했다. 낮선 환경에서 고생도 많았다. 먼저 언어 문제가 힘들었다. 독학으로 일본어 공부를 했지만 당장 무대에 서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일본어를 ‘체득’해 자기 것으로 만들었고 방송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또 극단 내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하는 일본 뮤지컬계의 시스템은 그를 배우로서 한층 성숙하게 만들었다.
일본으로 떠난 지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한국 무대. 요즘 ‘싱잉 인 더 레인’의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박동하에게 ‘화려한 복귀’라는 말이 어울린다.
‘박동하씨 공연 강추입니다. 춤솜씨가 아주 활기차고 신선합니다’ ‘공연을 보고 박동하씨에게 폭 빠졌습니다’ ‘박동하씨가 무대에서 흘리는 땀은 무대에 쏟아 부은 비 보다 많은 것 같더군요’ 등 칭찬이 줄을 잇는다. 그의 열정적인 연기에 팬들이 큰 호응을 보내고 있는 것.
“남경주 선배와 함께 캐스팅 된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돈 락우드 역은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쉽게 해내지 못했을 배역이에요. 처음에는 나 스스로 ‘가능성 없다’고 여겼던 탭 댄스 연기를 이나마 할 수 있는 것도 늦게까지 연습실에 함께 남아 독려해준 동료들 덕입니다.”
주역을 맡은 그의 말에선 풋풋한 겸손과 성실이 묻어난다. 아마도 한국에서, 그리고 일본에서 ‘성공의 첫발’을 내딛은 비결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