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29)은 말의 힘을 알고 있다. 딱히 미안한 일이 없어도 ‘죄송합니다’, 이쪽에서 별로 해준 게 없어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호감을 준다.
그는 무대 위에서 관객과 호흡하며 분위기를 이끄는 ‘이벤트 MC’다. 대구에서 다양한 MC 활동을 하다가 지난해 봄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토 밤 12·40)로 방송에 데뷔한 뒤 KBS2 ‘폭소클럽’ 등에서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고 했더니 그는 “남을 웃기는 방법은 두 가지, 자기를 낮추거나 남을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모두 이쁘고 잘 생겼네요’라고 하면 재미없죠. 남을 깎아내릴 때는 사회에서 용인되는 수준을 감안해야 하는데 우선 ‘욕설’은 쓰지 말아야 해요. 야외행사는 방송보다 말을 좀더 ‘심하게’ 할 수 있는 등 무대에 따라 기준이 달라요.”
▽외모로 웃음 만들기=속사포 같은 김제동의 말은 재미를 주면서도 때로는 공격적으로 비친다. 김제동도 출연자와 말을 주고받는 것을 ‘공격’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외모 등 민감한 소재를 다룰 때도 항상 호의적인 분위기로 끝맺어야 하는 게 건강한 웃음의 비결이다.
“‘얼굴이 왜 이렇게 생겼어요?’ 하면 누가 기분 나쁘지 않겠어요? 대신 ‘자세히 보니까 저하고 좀 닮으신 것 같네요’ 하면 상대도 ‘재미있게’ 화를 냅니다. ‘아니 제가 뭐가요?’ 하면서. 그럼 분위기 좋잖아요.”
▽외모 수준에 따른 대응=아주 잘 생긴 사람이 나오면 동료 MC나 출연자까지 동원해 그 사람을 ‘공격’한다. 관객들도 잘 생긴 출연자가 ‘당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
“하지만 끝의 반전이 중요해요. ‘여자들이 많이 따르죠? 우린 그게 소원이야, 이 사람아’ 하면서.” 얼굴이 정말 못생겼을 경우에는 외모로 놀려서는 안 되며 아예 무대로 부르지 않는 게 좋다. 또 여성의 경우 외모가 괜찮을 경우에만 하는 것이 안전하다.
▽소극적이고 말없는 상대방=이런 사람일수록 상처받지 않게 신경 쓰면서 숨어있는 끼를 발휘하도록 ‘띄워줘야’ 한다.
“‘아, 정말 얌전하시군요. 여러분, 이런 분과 결혼하면 아주 좋습니다!’ 이렇게.” 그러면 그 상대는 살짝살짝 웃다가 한 마디씩 걸작을 내뱉을 때가 많다.
▽어르신 웃기기=김제동은 MBC ‘까치가 울면’(일 오전 8·50)에 나오는 노인들과도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는다.
“‘아버님 건강하시죠?’ 이렇게 말하면 예의바르지만 그분들도 경직돼요. 차라리 버릇없지만 귀여운 손자처럼 ‘아이, 왜 이러세요’ ‘아버지! 노래 잘못 됐네’ 하면서 자연스러워야 해요.”
▽최고의 농담은 ‘자기비하’=‘폭소클럽’에서 개그맨 김인석과 정형돈이 김제동의 작은 눈을 가리켜 ‘A4 용지에 베인 자국 같다’고 했다. 그러나 김제동은 자신의 코너 ‘연애특강’에서 이 말을 그대로 다시 썼다. 어쩌다 출연자가 언짢은 표정이면 “기분 안 나쁘셨죠? 저도 이렇게 생겼는데요 뭘…”이라고 다독인다.
▽신문 속에 웃음 있다=그는 신문 스크랩 등을 통해 소재를 찾는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신문을 보며 웃음 소재가 될 만한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아이디어를 메모해두기도 한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김제동 어록▼
▶(사인 해 달라는 말에) 좀 있다 오면 등에다 문신 새겨 드리겠습니다.
▶(god 콘서트에서) 전 개인적으로 (김)태우씨를 아주 좋아합니다. 내가 여자로 태어나면 태우씨와 결혼을 할 겁니다. 해주실 거죠? (김태우의 반응을 살핀 뒤) 그 대신 이 모습 그대로 태어날 겁니다!
▶(어떤 여성의 옷을 부러운 듯 훑어보며) 저, 이 옷 어디서 구입하셨나요?
(여자가 말하려고 하자) 정말 싸고 좋은 걸 구입하셨네요.
▶(여자에게) 애인 없어요?
여자: 네.
왜 없어요?
여자: 모르겠어요...
왜 몰라요? 난 딱 보니까 알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