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신영옥(43)이 사랑, 어머니, 삶과 추억을 노래한다. 발매를 앞둔 새 앨범 ‘마이 송(My Songs·유니버설뮤직)’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 신영옥은 한두 가지 컨셉트로는 묶을 수 없는 다양한 장르와 반주, 편곡을 한 노래를 선보인다.
새 앨범에는 ‘얼굴’ ‘별’ 등 한국 가곡이 있고, 김민기의 ‘가을 편지’가 있는가 하면 팝송 ‘마더 오브 마인’도 한 트랙을 장식했다. 브람스 ‘자장가’는 실내악단이 반주를 맡고, 모차르트 ‘반짝반짝 작은 별’은 피아니스트 강충모가 반주를 했다. 김순남 ‘자장가’는 신시사이저, 가야금, 해금, 드럼을 활용한 반주가 이색적 분위기를 전해준다. 장르를 넘나드는 파격(破格) 속에서도 노래의 격(格)은 한 치 오차 없이 지켜낸 색다른 시도란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뉴욕에 있는 그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새 앨범과 근황을 들었다.
―새 앨범에서는 반주부의 다양한 실험이 돋보입니다. 열다섯 곡의 노래 중 특히 마음에 드는 곡이 있다면….
“김순남 ‘자장가’죠. 처음 대하는 곡이고 낯선 상태에서 녹음했지만 반주부가 합성된 상태에서 들어보니 분위기와 격조가 너무도 마음에 와 닿았어요. 신시사이저 반주가 곁들여진 ‘애니 로리’도 마음에 들어요.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온 ‘애니 로리’와 달리 발랄하고 심지어 체조음악 같은 분위기도 나지만, 뜻밖에 성악적으로 좋은 효과가 났죠.”
―음반 테마를 ‘사랑’ ‘어머니’ ‘삶과 추억’으로 잡았는데, 노래에 담긴 개인적 사연을 소개해줄 수 있나요.
“팝송 ‘마더 오브 마인’이 그런 노래죠. ‘리틀 엔젤스’ 단원으로 활동하던 어린 시절 유럽 공연에서 이 노래를 (솔리스트로) 부르면 할머니들이 눈물짓곤 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어요. 그때는 가사 뜻도 모르고 발음만 외워 불렀는데….(그는 95년 한 TV 쇼 프로그램에 나와 이 노래를 부르다 눈물을 쏟기도 했다)
―가사의 의미를 알고 부르니 더 각별하더란 뜻이죠?
“93년 어머니를 잃고 난 뒤 이 노래를 쉽게 부를 수 없게 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외국 연주여행을 다니느라 오래 어머니를 보지 못했고, 많이 그리워했죠. 그 생각도 나고….” (그가 말을 잇지 못하는 바람에 잠시 대화가 끊겼다. 음반사 관계자는 이 곡과 박태준의 ‘가을밤’을 노래할 때 그가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녹음이 중단되기도 했으며 음성도 다소 허스키하게 들린다고 귀띔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다른 화제를 꺼냈다)
―올 하반기 예술의 전당 ‘리골레토’에 주인공 질다 역으로 출연하고, 11월에는 전국순회 콘서트를 갖는 등 고국 팬들을 만날 기회가 많습니다. 특히 10월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테너 호세 카레라스와 갖는 ‘사랑과 평화의 콘서트’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카레라스는 예전에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곡을 함께 노래해 호흡이 맞는 편이에요. 이번 공연도 웨버의 곡 위주가 될 겁니다. 웨버의 동생인 첼리스트 줄리안 로이드 웨버도 함께 출연하죠.”
결혼 계획을 묻자 그는 “인연이 닿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가슴 아프게도, 그는 요즘 ‘별거 중’(?)이다. 94년부터 곁에 두고 정을 쏟아온 치와와종 강아지가 그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킨 ‘주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사촌언니 집에 맡겨 두었기 때문. 그는 “처음에는 보고 싶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종종 ‘면회’ 가고, 비슷하게 생긴 강아지 인형도 사서 곁에 두니 한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