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여인들이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했던 '옥충식 치마'를 재현한 작품. 오른쪽은 장식품의 재료로 쓰인 비단벌레. -사진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삼국시대의 여인들은 비단벌레(옥충·玉蟲)의 날개로 치마를 장식했다. 금록(金綠)색을 띠는 비단벌레의 날개는 빛깔이 선명한 데다 단단하고 매끄러워 장신구로도 손색이 없었다. 비단벌레의 날개에 구멍을 뚫고 실로 꿰매 날개 2쌍을 십자 모양으로 엮은 뒤 옷감에 붙였다. 치마 한 폭을 장식하는 데 수백마리의 비단벌레가 쓰였다. 빛의 방향에 따라 영롱하게 색이 바뀌는 옥충식(玉蟲飾) 치마를 통해 자연 속의 곤충까지 몸단장에 이용했던 선조들의 멋을 알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13일 개막하는 ‘생활 속에 담긴 우리 옷의 발자취’ 기획전에서는 이 같은 옥충식 치마를 재현해 선보인다. 신라 금관총에서 발굴된 기록을 토대로 재현한 이 치마에는 400마리에 가까운 비단벌레가 장식으로 사용됐다.
이번 기획전은 일반인들이 평소 접하지 못했던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 말기까지 일상복의 역사적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회다. 통일신라시대 여인들 사이에선 저고리를 입은 다음 치마를 가슴 높이까지 추켜올려 입는 것이 유행했다. 풍속화와 미인도에서 드러나는 조선 여인의 아름다움에서는 독특한 속옷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엉덩이 부분이 풍성한 ‘항아리 실루엣’은 속바지, 단속곳, 무지기 등 여러 속옷들을 갖춰 입어야 제대로 매무새가 나타난다.
이번 기획전은 일상복의 역사를 살펴보는 ‘언제나 영원한 우리 옷’ 등 모두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유물과 재현 복식, 사진 자료 등 200여점이 전시된다. 기획전을 주관한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김영재 박사는 “우리 전통복식에 나타난 문양과 색깔의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9일까지 계속된다. 02-720-3138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