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금희씨가 숙명여대 본관 앞 정원분수대 근처 벤치에 앉아 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있다. -권주훈기자
일본의 과학자 에모토 마사루(江本勝) 박사는 자신의 저서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서 “모든 에너지의 근원인 물은 생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없이 투명한 무(無)의 모습을 가졌지만 모든 힘의 근원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 방송인 이금희씨(37)는 바로 그런 물의 두 가지 면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분수’를 주저 없이 꼽았다.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 숙명여대 캠퍼스에서 만난 이씨는 대뜸 손에 든 커피 한잔을 내밀었다. 비싼 돈 쓰며 커피숍에 갈 것 없이 노천카페격인 분수대 앞으로 가자는 것.
“강의하러 학교에 올 땐 일부러 30분 정도 일찍 와요. 본관 앞 정원 오솔길 벤치에 앉아 솟아오르는 분수를 보며 여러 생각에 잠기곤 하죠. 제겐 가장 소중한 시간 중 하나예요.”
이씨가 자신의 모교에서 강의를 시작한 지도 벌써 5년째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만든 곳이자 자신처럼 되고 싶은 후배들이 있는 곳이니 추억이 많은 것도 당연한 일. 대학 방송실에서 그룹 ‘동물원’의 ‘변해가네’를 듣던 일을 떠올리면 그때의 순수했던 열정이 다시 솟는다.
그러나 이씨가 이곳을 좋아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절대적으로 녹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대학 캠퍼스는 시민들에게 공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이씨는 믿는다.
“여자대학이라고 하면 왠지 사람들이, 특히 남자들이 들어오기 어색해 합니다. 근데 여긴 그렇지 않아요. 부부의 양손에 매달려 깔깔 웃는 아이나 그늘에 앉아 조용히 책을 보는 노신사가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요.”
학교 캠퍼스에 대한 이씨의 찬사는 끊이지 않는다. 대학가의 물가는 다른 어느 곳보다도 싸다. 3, 4명이 실컷 먹어도 2만원이 넘지 않는 식비에 파는 물건들은 저렴하면서도 세련됐다.
부드럽게 말을 이어가는 이씨의 차분함은 그가 오랫동안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지만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단 한번도 아나운서 외에 다른 것은 꿈꿔본 적이 없다는 이씨는 힘들고 경쟁이 치열한 방송국 생활을 오히려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강인함도 지녔다.
“콜라같이 톡톡 튀는 방송도 있지만 전 물처럼 은은한 방송을 하고 싶어요. 물이 가진 자연스러움 속에 담긴 삶의 참 에너지를 나누는 거죠. 분수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요?”
정양환기자 ray@donga.com